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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 very! 다이스키 8 (완결)

2009. 5. 15. 23:25

들어가면, 영영--- 그대로 끝인 거지?

모든 것이 다 밝혀진 마당에, 아무 일 없는 듯,

아무것도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도련님은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십니까?

아무것도 몰랐던 때로 돌아가자고 한다면, 그러자고 하시면--- 전, 그럴 겁니다.

도련님이 원하는 대로,

 

그--- 도련님 소리 좀 집어치워!

내가 누구야?

당신 누나 아들이라며! 당신 조카라며!

나 같으면 지난 시간이 억울해서라도 그렇겐 못 부르겠다!

 

제 정신 아닌 거지?

제 정신이라면 이럴수는 없어. 실망이야, 진짜.

어떻게 그래? 산내 오빠 놔두고 어떻게 그러냐? 인간이!

 

마음이 변하는 걸--- 그럼 내가 어떡하니?

내 마음이 나도 몰래 변하는 걸--- 낸들 어떡하니?

산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맘에 들어와버린 걸 낸들 어떡하니?

 

그래도 그러는 거 아니잖아.

산내 오빠는 아직도 언니를---

 

아니. 그건 산내한테 물어봐야지.

산내도 지 마음 속에 누가 있는지쯤은 지금은 분명히 알 테니까.

서로 맘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되는 관계라면

그건 사랑도, 의미도, 뭣도 아냐!

기만이고, 변심보다 더한 배신일 뿐이지.

욕을 먹더라도 비겁한 것보다는 솔직한 게 나아.

차라리 그게 상대방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해.

 

달콤--- 했었는데---

오빠랑--- 언니를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덫에 걸린 한쪽 발처럼 견딜 수 없이 아프면서도,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을 만큼--- 또 달콤했었는데---

 

그래서 산내 오빠랑은 끝났고,

지금은 삼식 아저씨가 좋다는 거야? 응, 그런 거야?

 

그래. 그래---

 

 

 

 

여보세요. 단무지, 듣고 있어?

 

고맙다. 도키--- 구해줘서.

토키, 잠시 동안 부탁한다, 매리.

그럴 수 있는가?

 

도끼 데리고 있으면 데리러--- 올 거야?

 

--- 아직은 모르겠다, 배리.

 

데리고 있어줄 테니까--- 언제가--- 됐든,

꼭 와.

 

보고 싶다, 배리.

정말이지--- 너무 보고 싶다, 배리.

 

가슴이--- 봄비에---

마지막 남은 눈이 녹아내리듯 부드럽게---

입 안에 솜사탕이 녹아내리듯 달콤하게---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배리?

뭐하는가? 배리.

너는 내가 진실로! 조금도! 보고 싶지 않은가?

엉? 대답하라, 배리!

 

돌아오겠다던 츠요시는

여름이 가고, 가을을 지나, 첫눈이 내리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집은 가을 끝 무렵, 사람들이 들이닥쳐 가구며, 살림살이를 모두 내어가고,

새로운 가구와---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나쁜 자식---

어떻게 한 달 동안 연락 한 번 없냐?

 

이토 아저씨랑 여행 중이래.

어딘지는 나도 몰라.

내 동생도 자세히는 모른대.

집으로는 가끔 연락이 오나봐.

 

산내 오빠--- 진짜 끝인 거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이나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변치 말자는 다짐도,

어차피 어른들 얘기잖아.

우리 같은 애들이야 집안 사정이나 어른들 형편에 따라 멀리 떨어져버리면 그만인걸.

만나고 싶은 내 마음 같은 거--- 백날 있어봐야 소용없는걸,

눈이라도 --- 펑펑 내렸음 좋겠다.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있는지 없는지 따윈, 한번도 궁금한 적 없어.

중요한 건 선물뿐.

아빠가 돌아가시던 해, 크리스마스에 딱 한 번 선물을 받지 못했지.

그때 알았어.

산타는 없구나.

아빠가 하던 산타 역할을 이제부터 누가하는 걸까---

그냥 그렇게 생각했지.

 

그래도 오늘밤은 바라.

진짜 산타가 있었으면,

기적처럼 내 소원을 들어주기를---

눈을--- 내려주세요.

산내 오빠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미혁이에겐 상처주지 않고, 이 어정쩡한 관계 끝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또 그리고---

부끄러워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마지막 소원.

그 애가 다시 제 곁으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뭘까?

나한텐 어렵고 힘든 일들이 언니나 오빠한텐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

나도--- 좀 더 크면 그렇게 되나?

앞으로도 계속 누군가를 만나고 또 헤어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끝없이 반복될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지고,

나도 저렇게---

이별은 툭툭 털어버리고--- 새로운 만남을 꿈꿀 수 있나?

다만 산내 오빠,

꼭 좋은 사람 만나.

꼭 행복해야 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강배리.

죽어라고 따라다닐 땐 언제고, 이렇게 배신 때리게 돼서---

진짜 진짜 미안하다! 진짜 유감이다!

 

미안--- 마지막까지 미혁이한텐 미안한 일뿐이네.

그래도 뭔가---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야.

산타클로스가---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줬네.

이제-- 너만 돌아와주면 되는데---

 

정말 한국 들어갈 생각은 없는 거야?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앞으로 어떻게--- 어떤 삶을 살 건지 결정하는 문제잖아.

아직은 잘 모르겠어.

그냥--- 당분간은 쉬고 싶어.

 

무지는 아마--- 한국엔 오지 않을 겁니다.

 

왜--?

돌아온다고 했잖아, 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한 거야, 너---

 

아빠가 된 도키.

누구보다도 더--- 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은--- 너.

이렇게--- 전화 한 번 없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니?

 

언니는--- 혹시 삼식 아저씨랑 연락해?

 

아니.

 

산내 오빠랑은?

 

가끔.

 

이해가 안 돼.

삼식 아저씨랑 어떻게 해 볼 것도 아니면서, 산내 오빠랑은 왜 굳이 깬 거야?

 

넌, 그래서 안 된다니까.

--- 진짜 인연이라면 일부러 찾고 헤매지 않아도 언젠가 나타나겠지.

 

그럴까?

만약에--- 조금만 노력하면, 내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면 잘될 수도 있었는데,

그 조금이 모자라서 어떤 사람이랑 잘 안 될 수도 있잖아.

그럼 어떡해?

 

그럼, 그 사람이랑은 진짜 인연이 아닌 거지, 뭐.

 

미혁이랑 깨가 쏟아지는 연애를 하는 에리카.

 

사람들은 말야--- 남의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안달을 하면서도,

정작 자기 마음속이 어떤지는 들여다보지 않는단 말이지.

왜 입맛이 없는지, 왜 사는 게 재미없는지 너 자신한테 물어보지 그래?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 수 있는데.

 

에리카! 단무지는 뭐 한대?

지금 어쩌고 있대?

도대체 뭘 하고 있기에 안 오는 거래?

 

차~암 일찍도 물어본다.

내 동생 말로는 집에는 틀어박혀 있대.

학교도 안 다니고--- 외출도 안 하고--- 집에서도 걱정은 하는데, 달리 방법이 없나봐.

그대로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리진 않을까--- 걱정만 하고 있나봐.

 

히키코모리?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이.

방에만 틀여박혀 세상과 단절된 아이.

 

단무지--- 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뭐? 일본어를 가르쳐달라니?

난데없이 일본어는 왜?

 

노력하는 거--- 보여주고 싶어.

단무지--- 아니, 츠요시한테.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어.

다음에 너 일본 갈 때, 나도 같이 가.

 

맞아. 나--- 무지 떨려.

단무지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할까?

혹시 모른 척 하면 어떡하지?

반갑다고 안 하면?

혹시 마음이 변한 거면?

 

여기야.

 

단무지---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단무지.

있잖아, 츠요시.

만약 네가 이렇게 아프지 않았다면, 나--- 여기 안 왔을 거야.

그냥--- 그런 애가 있었지.

걔가 날 좋아했었지.

그냥 그러다 잊어버렸을 거야.

나도 사실 그 애가 좋았었는데--- 그때 말할 걸 그랬지, 한 번씩 후회하면서.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기억은 희미해지고--- 그렇게 잊어버렸을 거야.

근데, 네가 이렇게 아프니까 모른 척 할 수가 없어.

말하지 않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네가 좋아.

츠요시--- 大好끼!! 다이스키

 

뭐라고 말 좀 해봐.

내가 불쑥 찾아온 게 싫으면 싫다, 마음이 변했으면 변했다고.

 

영감탱이는 좋겠다.

소원, 성공했다.

강배리가 나 좋다고 한다.

아까 다 들었다, 배리.

너--- 어~ 다 들었으면서, 어쩜---

 

아파서라든가 그런 거 아니다, 배리.

나는 할아버지와 많은 얘기가 필요했다.

할아버지 죽지 않았으면 꼭 했어야 했던 얘기.

내가 누구--- 인가?

앞으로 나는 어떡해야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지 물어봐야 했다.

영감탱이한테.

또 나 본인에게.

 

그래서 대답은 들었어?

 

아니.

그래서--- 앞으로 계속 물어보려 한다.

물어보면서 살려고 한다.

 

한국엔--- 올 거야?

 

아니. 여기서 살 것이다.

치치, 하하와 함께.

타쿠앙 츠요시--- 그게 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나는 타쿠앙 츠요시였다.

 

타쿠앙 츠요시--- 그래, 그게 너야.

 

와줘서--- 고맙다, 배리.

 

츠요시--- 항상 기억할게.

저 하늘 너머---

저 바다 건너---

나와 똑같은 마음의 네가 있다는 거.

너와 똑같은 마음의 내가 여기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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