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매란방' 보러 가자.
응? 매란방?
어렴풋이 기억이 날듯 말듯.
요새 자꾸만 기억 부재중인지라.
매염방이 매란방의 영향을 받아서 지은 예명이래.
여기까지 듣자, 아! 그래, 알겠다, 고 말했는데---
아는 게 아니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홍콩스타 매염방이 아니라,
만화 '춘앵전'에 나오는 이매방이었는데 착각한 것이다.
매란방, 매염방, 이매방
비슷비슷하잖아~ 그리고 밀접한 영향 관계.
목포 출신 이매방 선생님(중요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예능보유자)의 본명은 규태이다.
어렸을 적 북경에서 매란방에게 춤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이매방은 그를 흠모하여 매방이라는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춘앵전 3권 부록에 글작가 전진석이 이매방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가 나와 있으니 참고.
만화 춘앵전은 소년 이규태와 임춘앵의 특별한 만남으로 시작하여 매권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매란방을 보는데, 패왕별희에 대한 아련한 기억만 떠올랐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감동.
경극의 매력과 중국것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남겨주었던 영화.
그런데 같은 감독의 매란방은 그다지 스며들지 않았다.
매시 매분 매초, 매란방을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맹소동과의 사랑도
별로 애절하지 않았고,
배우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약해 보였고,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인물에게
인간의 평범한 삶을 그리워했을 거라고 말하면서
아주 평범하게 만들어버린 영화.
지리해지는 밋밋한 구성으로 극적 재미도 느끼기 어려웠다.
일대기적 구성이더라도 좀더 위기, 절정감을 높여서 재미를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사실과 허구의 차이?
허구적 요소보다는 솔직함을 택했기 때문일까.
내가 어찌 알까마는--- 함께 본 줌마들의 공통된 의견은 그저그랬다.
'매란방'을 보면서 '패왕별희'를 그리워하고,
한편으로는 '만화 춘앵전'의 극화를 그려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으니 드라마가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지만,
아직은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궁'처럼 드라마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다리면 멋진 시대극 한 편 볼 날이 오겠지, 뭐.
매란방보다는 재미있는 춘앵전이 될 거야!
잣대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패왕별희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