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소믈리에 1 / Araki Joh / Shinobu kaitani

2008. 4. 21. 13:10

 

명품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마 포도밭과 사람과 신의 장난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병에도 감동은 있다.

맛있고 없고를 넘어선 감동.

그것을 전하고 싶다. (Araki Joh)

 

프랑스에서 별 세 개짜리 오너 셰프라면 보통 요리사라고 할 수 없다.

레스토랑만이 아니라

호텔을 경영하기도 하고,

와이너리(와인 전문 양조장)를 소요한 사람도 있다.

즉, 음식문화를 향유하는 기업의 총수인 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1987년 프랑스 콘테스트 사상 최초로 만점을 받고 우승한 일본인,

무슈 죠 사타케.

감상을 한 마디---

솔직히 나는 지금 실망했습니다.

이 콘테스트는 프랑스 최고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여기 오면 최고의 와인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추구하는 것은 이런 와인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챔피언의 영예를 거절해서 더 유명해진다.

 

와인에는 '눈물'이 있다.

깊이 숙성된 와인일수록,

'눈물' 역시 복잡미묘한 색을 보여준다.

마치 여자처럼---

소믈리에 사타케 죠가 추구하는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 기나긴 와인 여행이 시작된다.

 

처음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고를 때는 하우스와인,

또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병을 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그것으로 그 가게의 와인에 대한 감각을 알 수 있다.

또한 가게의 콧대를 세우거나 손님을 기죽이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비싼 와인을 리스트에 올리는 곳도 있음을 알아두자.

 

'소믈리에'라는 말의 어원이 뭔지 알아?

'술통을 짊어지는 남자'라는 뜻이라고!

알았어?

소믈리에는 입만 가지고는 할 수 없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너같은 놈은--- 포도으깨기다!

아까 죠는--- 무서웠어요.

겨우 와인 한 병에 목숨을 거는 남자가 제정신일 리 없지!

 

알았어.

이 와인이 왜 이런 맛이 나는지.

당신이 스페인 혈통을 이어받았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은 북부에 있으면서도, 남부의 와인처럼 농후한 맛을 내려고 한 거지.

그리고 그 마음은 이 에티켓에 담겨 있어.

여기, 당신의 초상화에.

약간 거칠면서도--- 스페인 와인을 연상케 하는 농후한 빛깔--- 복잡미묘하고 심오한 맛---

북부 지방에서 이렇게 깊은 맛을 내는 포도를 재배하기 위해 흘린

그 남자의 땀방울은 헤아릴 수 없을 거야.

와인의 맛은 포도가 좌우하고,

포도 재배는 자연과 대지와의 끝없는 싸움이야.

더욱이 이상적인 포도가 열렸다고 해서

꼭 완전한 와인이 만들어지지는 않지.

'숙성'이라는 시간의 마법 앞에 인간은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

그때 인간은 자기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지.

언젠가 자기가 꿈꾸는 와인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맛보여 주고 싶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투박하고, 강하면서, 그래도 무척 부드러워.

그래서 부르고뉴는 '남자의 와인'이라고들 하지.

보르도가 여왕이라면, 부르고뉴는 왕이야.

(신의 물방울에서는 부르고뉴가 여성적인 와인이고, 보르도가 남성적인 와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샹파뉴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

이곳에는 샴페인 제조 과정을 그린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있다.

랭스는 옛날부터 많은 와이너리가 있어서, 샴페인과 함께 발전한 도시다.

샴페인은 단일 포도밭을 고집하지 않고,

여러 밭에서 난 여러 품종의 포도를 사용하여 독자적인 블렌딩을 한다.

또한, 아주 드물게 단일 포도밭의 포도만으로 만든 샴페인도 생산된다.

포도즙을 발효시키는 것은 와인과 같지만,

샴페인은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거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포도 수확에서 출하까지 보통 3~4년.

샴페인에는 막대한 수고와 시간과 경비가 들어간다.

그 때문에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마담 클리코(1777-1866)

샴페인의 어머니로 일컬어지는 인물.

27세로 남편을 잃고 혼자서 와이너리를 지키며

샴페인의 명품 '뵈브(미망인) 클리코'를 만들었다.

또한, 샴페인 병에서 앙금을 제거하는 르뮤아쥬 기법을 발명하기도 했다.

그녀가 이룩한 근대적인 제법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서민들도 샴페인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떠니, 죠?

이게 최고의 와인이란다.

응. 맛있어!

프랑스인인 새어머니는 물로 희석시킨 와인을 제게 맛보여서

자기가 자란 나라의 문화를, 그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싶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일본에 가져왔던 레드와인을 다시 한 번 이 혀로 맛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최고의 레드와인.

어머니가 무엇을 제게 가르쳐주고 싶었는지 그때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레드와인이라는 기억은 확실한가요?

수십 년 묵은 화이트와인은 고유의 색을 잃고,

숙성된 레드와인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더욱이 물로 희석시킨다면---

그렇구나, 그 생각을 못했네.

확실히 화이트와인 중에도 숙성을 견디는 것이 있죠.

(주인공 죠가 찾는 와인은 어머니가 맛보여준 품속 같은 와인이구나.)

 

음--- 당신의 향기는 마치 '카베르네 쇼비뇽' 같군요.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인 검은 포도 품종으로 풍부한 감칠맛과 떫은 맛이 있는 남성적인 레드와인이 된다.)

흥. 기왕이면 '리슬링'이라고 해주면 고맙겠네요.

(독일 최고급 화이트와인에 샤용되는 포도 품종. 꽃 같은 향기가 있고, 산뜻한 신맛과 섬세한 단맛이 있는 엘레강트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와인에 해박한 만큼 여자도 잘 꼬시는 주인공, 여자와 와인의 상관관계^^)

 

봐요. 아주 잘 뽑히죠?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은 코르크스크류를

단순한 병따개로밖에 여기지 않아요.

당신의 실력을 인정하는 소믈리에가 분명히 있잖아요? 바로 여기.

이거--- 소믈리에가 T자형 코르크스크류를 쓸 수야 없겠죠?

프랑스의 '사토 라귀올' 못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다시는 소믈리에니, 뭐니 하고 으스대지 마.

소믈리에란 놈들은 와인 상표만 겉핥기로 달달 외고,

손님에게 비싼 와인을 팔아먹는 것뿐이잖아!

 

모젤 강---

강이 실어온 영양분이 포도나무를 기른다.

거기에서 '포도의 개성'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프랑스나 독일이나 똑같을 텐데---

같은 강이라도 상류와 하류, 강 북단이냐 남단이냐에 따라

포도의 상태는 달라진다.

그러나 이 세 병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다르진 않다.

왜일까--- 혀 양끝에 닿는 산미가 미묘하게 다르다.

이 차이는 대체---

비탈의 차이입니다.

이른바 '테루아르(밭 또는 밭 중 한 부분의 특징이나 개성)의 차이라는 거죠.

 

이쪽 와인은 약간 앙금이 발생했으므로, 디켄팅을 하겠습니다.

앙금이 생기다니--- 상했다는 뜻인가요?

잘 만든 와인은 여성과 같아서

어렸을 때는 어린 아이의 체형을 하고 있지만

숙성됨에 따라 젖살이 빠지고 균형잡힌 아름다운 몸매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빠진 젖살이 앙금이 되어 가라앉는 거죠.

 

앙금 :레드와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석산, 탄닌, 색소 등에서 생기는 고형물.

숙성과정에서 만들어지며 인체에 해는 없다. 우수한 와인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갑자기 부부싸움을 하게 된 노부부

속으로는 서로 미워하는 커플

주머니 사정이 걱정돼서 음식 맛도 모르는 남자나,

어떻게 공짜로 얻어먹어 볼까 궁리하는 여자.

그래도 이 레스토랑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는 순간만을 행복해질 수 있도록,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소믈리에의 일이지.

 

만약 10년 전에 너와 함께 이 와인을 마셨다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 않아.

이 와인을 맛있게 마시려면,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거야.

확실히--- 숙성되고 변화해서 잡맛이 앙금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에 훌륭한 와인이 탄생한 거지.

맞아요--- 맛없는 와인이란 없습니다.

있는 것은 오직,

그 와인을 만나는 데 적합한 '시간'뿐---

 

 

와인 맛이 [신의 물방울] 보다  현학적이지 않아서 편하다.

그래도 와인과 사람의 적절한 관계를 보는 눈을 같은 곳을 향한다.

죠는 시즈쿠와 닮아 있다.

개인적으로야 시즈쿠가 더 마음에 들지만---

와인이 대세인가 보다!

이러다가 와인을 모르면 인생을 모르다는 어불성설에 몰리지는 않겠지.ㅋㅋ

그래도 여름밤에는 차가운 맥주를,

땀 흘린 뒤에는 막걸리를,

비나 눈이 오면 뜨거운 국물에 소주를,

그러다가 가끔 색깔 다른 와인을--- 찾는다.

요즘은 여러 이유로 와인 매장을 기웃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