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는 자기 얘기는 안 해주니까.
하지만 오늘 노래하는 걸 보고 나나를 조금 알게 됐어.
응. 원래 그 녀석의 꿈은--- 노래로 밥 먹고 사는 거야.
그렇구나.
나도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나나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그러기 위해선 먼저, 밴드의 멤버를 찾아야 하는데---
멤버를 찾는 거라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몰라.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건 난생 처음이야!
이런 메일을 반 무의식적으로 보내다니---
쇼우지한테 어리광 부리는 게 버릇이 됐다는 증거라구.
나라는 얘는---
오카자키 신이치가 멤버로 들어왔다.
굉장해! 굉장해!
뭐랄까, 단숨에 호흡이 딱 맞는 느낌이야!
제법이구나, 미소년.
겉만 번드르르한 게 아니라 다행이야!
존경하는 기타리스트는?
혼죠 렌!
네 베이스는 노래하기 편해.
너하곤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이니까 솔직히 털어놓지만
나나에 대한 나의 동경은
사랑과 아주 흡사했던 것 같습니다.
전혀 성장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어리광만 피울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나나는 너무도 달콤한 꿈을 꾸게 해주었습니다.
아주 행복한 첫사랑 같았지요.
있잖아, 나나.
나나는 지금도 자신의 고향이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
그 창가에 있던 식탁도 의자도
그 장소에 있는데---
여담이지만(그래도 절실했음)
난 어렸을 때부터 장래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귀여운 신부"
그 외엔 딱히 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도 어쩌면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면
자연히 자립의 길로 연결될지도---
아무튼 이걸로 멤버는 다 갖춰진 거구나.
남은 건 이제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것뿐!
좋아! 나도 분발하자!
정사원이 되면 보너스도 받을 수 있고,
정원 딸린 단독주택을 갖는 꿈에도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걸.
정원 딸린 단독주택? 너, 그딴 게 꿈이란 말야?
응! 커~다란 꿈!
그럼 내가 노래로 돈 벌어서 지어 줄게. 단 네 방은 개집이다, 하치.
만약 나나가 남자였다면
일생일대의 사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무렵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즐거운 추억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사랑에는 고통이 동반되는 거니까.
빠져들수록--- 괴로운 거니까---
잡지사 알바일, 내가 그 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판매직과는 달리 토.일요일이 휴무라서 평일은 학교와 아르바이트로 못 만나는 쇼우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나는 쇼우지를 만날 때마다 어리광만 부리고 있다.
최악이다!
어째서 난 이러는 걸까?
쇼우지 앞에선 귀여운 여자가 못 된다니까.
화내고 있는 주제에 실실 웃지 말라구.
기다릴게.
안 기다려도 되니까, 나중에 집에 가도 돼? 할 얘기가 있어.
그날 밤---
만약 나나가 함께 있어 주지 않았다면
난 몸을 던져서 타마강 바닥에 가라앉았을 거야.
정말로 그랬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