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쾌 / 김영주
이 많은 책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거예요?
보신 그대로지요.
이 많은 걸 어떻게 홑겹 삼베옷에 넣고 다니는 건데요?
모름지기 책이란 그 책을 읽는 독자가 있을 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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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마무리됐다지만 요즘도 한양에서 활동하는 책장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나봐요.
사람들 얘기가 서책사건은 책 내용보다는 정치적 갈등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정치와는 아무 상관없는 책장수들이었다며 세상을 한탄하더라고요.
겨우 자리를 잡나 싶던 서민문학도 타격이 컸을 게야. 어쨌든 이제 책쾌 조생이 돌아왔으니 책에 관한 한 어느 누구도 걱정 안 해도 될 거네.
책 걱정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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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주문받은 책을 구하지 못해 쩔쩔맬 때 삼촌이 도와주신 덕분에 책을 구할 수 있었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요즘 부쩍 찾아오는 발길이 늘어났답니다. 시전가 서점만 고집하던 이들도 제 책방을 찾아오는 눈치라며, 함박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던 것을요.
잘 되었네.
오래 전 이미 박제가를 주축으로 서점 개설의 필요성을 주장하지 않았던가. 덕분에 시전을 비롯한 곳곳에 수십 곳의 서점들이 자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서민문학이 활성화되면서 판소리와 탈춤, 만화 등도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었다. 이렇듯 서점을 근거로 한 서책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책보따리를 이고 지고 다녔던 책장수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중심에 책쾌 조생이 있다는 것쯤은 젖먹이도 모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삼촌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서점이 활성화되진 못했을 거랍니다. 서민문학을 비롯한 서책문화 역시 대중적 관심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라 하고요.
한없이 짧고도 긴, 길고도 짧은, 지금 이곳에 존재한 책임을 비로소 마칠 수 있었다는 안도감일까.
붉은수염이 소리 없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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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 몰입이 되지 않아서 푸쉬!
왜 그럴까.
내가 좋아하는 역사물인데...
대사에 있었다.
조선의 책보따리로, 주막으로, 사람들에게로, 사랑으로
재깍재깍 건너지 못했던 이유.
뭐 그래도,
붉은수염 휘날리며 조선을 넘나들던 책쾌 조생을 따라다니면서
꽤 즐겁긴 했다.
홑겹 소맷자락 속에 감춰둔 책... 조선의 문화였으니,
결코 가볍지 않았으리라~~
이 책도 보이네.
한 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