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반짝반짝 은하마을 상점가 9-10(끝)

2010. 3. 23. 11:06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오늘 이 무렵,

상점가는 아직도 미케와 쿠로의 고백 소동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는 두 사람.

 

 

 

쿠로의 속눈썹을 떼어주는 미케.

의식하니까 손가락이 떨린다.

 

돌이켜봐도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만질 수 있었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쿠로가 아버지의 가업을 잇겠다고 선언한다.

놀라는 미케.

 

언제 결정했어?

 

얼마---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마음이 들었거든.

내가 존경하는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아버지라는 결론에 도달했어.

 

응, 아저씨는 정말 멋지니까!

쿠로라면 은하 제일의 생선가게 주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우리들은

하나씩

어른이 된다.

 

사토의 만화일을 도우면서 마음이 놓이는 미케.

왠지 안심이 된다.

 

웃어주는 시선을 피하지 마.

그 강함에

그 마음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

 

멀고도 가깝게 들리는 건

우리를 부르는

미래의 소리.

 

근데, 이바.

하나 물어봐도 돼?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

--- 이바는 우리들 일만 들어주고 자기 고민은 거의 말 안 하잖아?

그러니까--- 말해도 돼.

 

큐.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ㅇ

왜--- 쿠로만--- 저렇게 여유만만이지?!

저건--- 절대 즐기고 있는 거야.

 

그리고 미케는 휘둘리고 있다.

 

정답: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아왔으니까.

 

각자의

마음을 가슴에 안고

잘 자요.

 

아스카(미케의 언니) 누나다.

말을 걸고 싶지만 오늘은 그만 두자.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솔직히 나에게 가능성은 없다.

있었다면 진작에 이쪽을 봐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라봐주지 않는 사람을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아스카를

똑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큐.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 괴롭기만 하잖아.

 

아스카도 널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니, 그리도 굉장하다고 생각해.

계속 차이면서도 5년이나 좋아하는 건 좀처럼 어렵잖아.

넌--- 대단해.

 

시작은 그저 친구의 언니.

옛날부터 강하고 똑똑하고 예쁘고 악동들도 한 수 접는 존재라서

언제나 무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근데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거부당하고 울어버리는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아스카 누나는 계속 검도부에 얼굴을 내밀었다.

귀여운 후배와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이제 그만둬. 차였잖아.

 

마치 도려내듯이 마음만이 깊어가고.

날 좋아해준다면 그런 얼굴 하게 하지 않을 텐데, 라고,

생각해온 게 5년---

 

누나가 좋아하던 코바샘이 결혼한다고 한다.

그래서 유난히 기운이 없었구나.

 

아아--- 아름답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째서 난 아닌 걸까.

수만 번 반복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가 가라앉아갔다.

 

아스카 누나에게 유원지에 놀러가자고 했다.

 

갈게.

 

처음이지? 거절당하지 않은 거.

 

응.

어쩐지 엄청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하지 않을 거야.

말하면 전부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까.

 

고마워.

지금까지 고마웠어.

미안해.

널 좋아하긴 하지만 사랑은 아니야.

 

앞으로도?

 

응.

 

희망은?

 

없어.

 

마지막까지 가차없네.

 

아무리 노력해도 선생님께 마음이 전해지지 않아서

계속 허무하고 슬펐지만.

네가 있어줘서 기뻤어.

나만을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그런 식으로 웃으면 매달릴 수도 없잖아.

나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아아--- 뭐야---

이제--- 그만--- 사라져버리고 싶어.

 

이바의 위로를 받으며 꼴사납게 울었다.

 

바람이 불고 손끝은 차갑고

머리와 귀만 찌릿찌릿 뜨거웠다.

찌릿찌릿 언제까지나.

 

상상이 안 된다.

언젠가 이 가슴에 쑤셔박힌 것이

빠지는 날이 온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그래도 밤이 오고 아침이 오니까.

 

걸어본다.

빛은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더듬으며.

 

이제 곧 2학기도 막바지.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장래의 일.

실은 나도 신경 쓰고 있는 직업이 한 가지 있다.

그건--- 선생님.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

그렇게 반짝반짝한 꿈은 어떤 순간에 찾아내는 걸까.

 

쿠로와 큐는 가업을 잇고 싶어 하고,

사토는 만화가,

나는 선생님,

이바는 가정대학,

마모루는?

 

우주라든가, 천문을 공부해서 그런 것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게 마모루의 꿈이야?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지도 몰라.

좋아하기도 하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한다면 온힘을 다해 부딪치는 게,

모두와 있으면서, 미케와 있으면서 배운 거니까.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아마도.

 

가슴속에 등불처럼 켜지는 예감을 믿는다면

첫 걸음을 내딛자.

 

 

 

쿠로, 나 말야.

선생님이 될까 해!

 

어떤 선생님?

흐음--- 그럼 미야케 선생님인가?

아니, 넌 학생들한테도 미케라고 불릴 것 같아.

음--- 좋은데? 될 수 있어.

네가 되겠다고 하면 분명히 될 거야.

 

응! 이왕 할 바엔 전력을 다할 거야!

쿠로.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 같아.

 

선택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이 손으로.

그날 밤 꿈을 꿨다.

모두들 지금보다 조금 어른이 된 모습으로,

하지만 지금과 다름없이

시시한 잡담을 첫별에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면 웃고 있는 꿈.

 

난 생각한다.

각자의 길을 찾더라도

이를테면 그런 식으로

우리의 매일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

격려하기도 하고, 장난치기도 하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며,

앞으로도 함께 이 거리에서.

 

마모루가 홋카이도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은하마을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놀라는 친구들.

 

마스터, 자주 볼 수 없게 돼도 변하지 않을까?

 

좀더 깊어지는 것도 있다는 걸,

떨어져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

 

어디든 갈 수 있다.

뭐든 될 수 있다.

세상은 넓게 펼쳐지고

다들 걸어나가기 시작하니까.

함께 있을 수는 없어.

그리고

각자의 길을 달려간 그 앞에서

또 만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아.

 

끝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알게 되는 마음이 있다.

하루하루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당신에게, 너에게

지금 바로 소중하다고 전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야.

 

우리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진급 파티도 여름 축제도 다 같이 보내는 건 분명 올해로 마지막.

하지만 같이 있으면 즐거워서---

전부 언제까지나 잊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

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어서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다.

 

엄청 커버린 쿠로.

실은 순식간에 벌어져버린 이 차이에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지금이라면 알겠어.

왜 만지고 싶어졌는지.

난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거야, 쿠로를.

왜 쿠로는 그렇게 여유가 넘칠까?

난 같이 자전거를 탈 때도 두근거리는 걸 숨기느라 필사적인데.

 

사토를 좋아해.

 

원래는 대학 합격하면 말하려고 생각했어.

난 줄곧 한 가지를 쭉 좋아하는 널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어.

나도 이제야 겨우 그 한 가지를 찾았어.

하지만 너 그보다 훨씬 더 앞서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도 하다못해 출발선에 서고 난 후에 말하려고 생각했는데---

말하고 말았네.

--- 넌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제일 예뻐.

넌 내가 널 좋아하는 게 곤란해?

그럼--- 조금이라도 기쁘다고 생각했어?

 

끄덕.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럼 나 노력할게.

네가 날 좋아하게 될 수 있도록.

 

모두들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나도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좋겠다.

 

큐 오빠는 안 언니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이바는 귀여워.

나--- 혹시 언젠가 그 녀석들(이바의 동생들)하고 경쟁하는 처지가 되는 걸까---

두렵다--- 에이, 설마.

 

가슴에 들리는 건--- 어렴풋한 예감.

 

질투해?

 

그래! 그렇다면 어쩔 건데!

쿠로는 자꾸자꾸 키도 크고 멋있어지니까 여유만만일지도 모르지만,

난---!

 

나만 언제나 가슴 두근거리고---

 

나만 자꾸자꾸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

 

내가 여유만만으로 보여?

 

응, 그렇게 보여.

 

아, 그래?

미리 말해두는데, 난 오래전부터 널 그 정도로 좋아했었어!

네가 이제 겨우 따라잡은 정도로는 한참 모자라.

게다가 너도 완전 달라졌잖아.

여유 같은 건 없다고, 바보야.

 

여유 따윈 없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와 함께 있는 오늘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소중해서

그것만큼은 여기에 있는

분명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미케! 어떻게 됐어?

 

붙었어!

 

이듬해 봄,

우리는 전원 무사히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게 된다.

마모루를 배웅한 날은 벚꽃이 활짝 피어서

5명이 꽃구경을 하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나는 건 마지막 축제 날의 일이었다.

 

또 굉장한 걸 보러 가면 좋겠다.

 

20년 아니면 30년 후랬지?

 

마을을 나가 좀 더 멀리까지 가면 더 굉장한 걸 볼 수 있어.

 

그럼 갈까? 다 같이.

 

그래, 가자. 반드시.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는 건

별도, 하느님도 아니다.

우리가 이룰 수 있어.

천진난만하게 얘기했던 그 밤의

먼 미래의 약속을!

 

예를 들어

어른이 된 우리들이

혼자 멈추어 서버릴 때

 

그날의 따뜻한 손과

너의 눈물, 당신의 미소, 하찮은 대소동.

우리의 모든 날들이 살며시 다가와

여기에 있다고 등을 밀어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걸어갈 수 있어.

언제까지나

어디까지나.

 

 

완소 순정만화---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움이 영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