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열세번째 남자 3 / 장휘영

2009. 8. 2. 19:00

왜 이러지? 진짜 이상해---

원준이가--- 이제야 희소를 좋아하게 됐는데---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어.

축하해줘야 할 텐데 왜 기뻐할 수 없는 걸까?

 

어리광피우지 마.

그럼 언제까지고 그 녀석이 니 옆에서 너만 감싸고 돌 줄 알았냐?

15살이나 처먹어서 아직까지도 7살처럼 구니까 별 수 없이 옆에 붙어 있었던 거라구.

너한테 무슨 알량한 책임의식이 있는지 몰라도 말야.

이제 이쯤에서 그 녀석을 좀 놓는 게 어때?

쉽게 다른 누군가를 좋아할 녀석도 아니고---

7살 때부터 줄곧 너만 보던 녀석이

이제야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다잖아.

--- 웬만하면 이번엔 방해하지 말라구.

 

알겠냐?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한다고 생각만 하는 거야.

그러니 이젠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주변을 똑바로 바라봐.

그리고 원준이가 가고 싶은 대로 내버려둬.

이번에도 발목을 잡으면 그 녀석은 필시 또 니 옆에 엎어져 버릴 테니까.

너랑 원준이 때문에 상처 받을 밥통 같은 기집애 생각도 좀 하라구.

 

[새봄이의 살아있는 토끼, 토토가 새봄이에게]

 

옛날에 니가 나 때문에 행복했다면,

그 다음엔 또 다른 누군가 널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 올 거야.

생각해 봐.

줄곧 니 손을 잡아 이끌어준 게 누군지.

그 손을 놓쳤을 때 길을 잃어버릴 것 같다면,

절대 놓치지 마.

니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뺏겨서는 안 돼.

그러려면 강해져야 해.

너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니가 원하는 걸가질 수 없을 테니까.

 

가장 원하는 하나를 가지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처럼,

가장 잡고 싶었던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마음을 얻은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구.

 

 

 

그때 만약 나도 휘영이를 따라서

이 다리를 건넜다면

너를 좀더 일찍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야.

오늘 처음으로 이 다리를 건너 낯선 동네에 와서,

나도 널 찾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금방이었어.

이렇게 쉬운 일이었던 건데 말야.

그냥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

이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때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던 원준이를

나는 영영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말이야.

 

 

은희소 너는,

지금이 아니라도 처음부터 그랬어.

넌 언제나 감동이었어.

 

그때 새봄이가 했던 말은 잊어 버려.

은희소에게로 도망치는 거야.

 

휘영아,

난 오랫동안 널 기다리고 그리워해 왔는데---

이렇게 니가 좋은데---

그런데도 내 행복은

니가 아닌가봐---

다른 곳에 있나봐---

 

토토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나서야 비로소 또렷해졌어.

내가 기억을 되돌리면서 보게 된 건---

니가 곁에서 손을 잡아 주고 있는 것뿐이었어.

언제나---

옆에서 항상 지켜봐주고

함께 있어줬던 건 너였어.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그 손을 놓쳐버릴 것만 같아서 무서워.

그렇다고 해서 울고만 있진 않을 거야.

아직은 모르겠는 게 많고 방법도 알 수가 없지만---

새봄이한테---

아니, 나한테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이젠 알았으니까.

 

[휘영이랑 희소가 몰래데이트?]

 

그렇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젠가 나 때문에 슬퍼지게 될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무관심하고 차가운 쪽이 좋은 거야.

 

미안하지만---

너하고 나 사이에 다음이란 건 없어.

말했잖아.

너하고 난 그냥 운 때가 맞아 떨어지는 것 뿐이라고.

지금이 아닌 다음은

너랑 나 사이엔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안 그래?

 

 

 

어떻게 된 거야?

학교에도 안 오고, 전화도 안 받고,

집에 가보니까 집에도 없고---

하루종일 걱정하게 만들고서---

 

넌 지금껏 장휘영이랑 함께였단 말야?

내가 분명히---

니가 다른 사람 손 같은 거 잡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어째서 항상 장휘영이야?

왜 하필이면 그 녀석이랑 함께였던 거냐구!

 

있잖아, 난 니가 나를 좋아하는 것만큼 나를 좋아하진 않거든.

그래서 가끔은 니가 좋아하는 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너는 마음을 전부 보여주니까.

그걸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되겠지.

니가 좋아하는 나를, 나도 좋아하게 될까?

너와 함께 있으면

왠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네 옆에 있고 싶은 건지도 몰라.

 

원준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너무 행복해---

 

[희소의 선인장이 울다.]

 

희소야, 있지, 난---

역시 그 강원준이란 애는 불안하기만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단 말야.

 

그거 알아?

넌 그 애와 함께면 언제나 울어.

슬퍼도 울고, 기뻐도 울고---

나라면 절대 널 울리지 않을 텐데---

내가 진짜 사람이었다면---

 

왠지--- 싫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선인장 따위한테--- 심장이 있을 리가 없는데

뭔가가 아주 빠르게 가슴 속을 내달려서

이러다 터져 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만큼---

 

주인님!

부디--- 제가 진짜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장휘영, 황당!!!]

 

이 두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아주 가까이에서

내가 모르는 시간을 함께 해온 거야.

왠지---

허기진 뱃속에 질투심만 가득 차올라 까맣게 타들어간다.

 

희소랑 함께 있으면 평사시랑은 틀리게 자주 웃는구나, 원준이는---

어째서 그렇게 변하게 되는 거야?

어릴 때부터 줄곧 함께였어도 새봄이는 모르겠는데.

너를 웃게 만드는 방법 같은 거---

희소의 어떤 점이 특별해?

 

은희소는 온통 내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눈에 보이잖아.

처음엔 별 거 아닌 관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지켜주지 않아도,

불안감 같은 건 한 번에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큼

날 좋아한다고 흔들림 없이 말해 주니까.

그럴 때마다

그런 마음을 알게 되면 될 수록,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야.

 

[주인님은 저랑--- 사랑의 라이벌?!]

 

정말 알 수가 없네.

대체 무슨 근거로 당연한다는 듯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은희소를 좋아한다고 한 번이라도 말한 적 있었냐?

 

하지만--- 말은 안 해도--- 행동으로 보여주시잖아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라도 그런 건 알 수 있다구요.

 

이율배반적으로 들릴진 몰라도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분명히 말하자면,

그 녀석이 신경 쓰이고

도저히 내버려둘 수가 없고,

잡다하게 끼어들고 간섭하고 상관하게 돼 버리지만,

잡고 싶다거나,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 건 아니야.

그 녀석에게서 도무지 시선을 뗄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녀석이 나를 봐줬으면 하는 생각 같은 건---

조금도 들지 않는다구!

 

--- 분명 몸은 그 녀석에게로 움직이는데,

귀찮을 정도로 반응해 버리는데---

마음이 텅 빈 것 같단 말야---

 

미안해, 새봄아---

너무 오랫동안 함께였지.

이제---

떨어져야 할 때가 된 거야.

나는---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하지만 슬펐습니다.

왜냐하면---

인어공주는 아무리 왕자님을 사랑해서 사람이 되었어도---

결코 왕자님의 사랑을 얻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