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씨들 6
내가 리드할게, 베스.
갑자기 끼어들다니 순서를 잊은거냐?
확실히 리드할 생각도 없는 녀석에게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야.
--- 테어도르 로렌스, 까불지 마.
나랑 베스 사이가 어떻든 참견할 생각 없어.
양보했다니 뭐니 내 알 바 아냐!
하지만, 무례하게 앞을 가로막는 건 용납하지 않아.
두 사람 손에 이끌리는 베스.
엉망이 된 댄스타임.
그리고 또다시 수근거림을 당하는 베스.
왜 나한테 이렇게 해주는 거야? 이상해.
사람들이 보잖아.
사람들이 보는 걸 왜 네가 신경 쓰는 거야?
전에도 온실로 나 찾으러 왔다가 시험 못 본 거라고 하던데, 정말이야?
잃어버린 물건이 있어서, 찾으러 간 것뿐이야.
그냥, 실수였어.
거짓말.
넌 실수 같은 거 안 하는 애잖아.
명예에 손상이 가는 건 죽기보다 싫어하고,
파티에서 소란을 피워 입방아에 오르내릴 일도 절대 없지.
그러니까 네가 실수할 게 있다면 나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내가 틀린 거야?
내 실수가--- 모두 너 때문이라고?
대단한 자신감이군.
네가 내 약점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말하는 거야?
그, 그래.
인상 쓴 얼굴에 고자세인 건방진 태도.
뻔한 결과인지도 모르지만---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어.
(당당하게) 나, 좋아하는 거 아니냐구?
--- 아마--- 그럴지도?
그, 그럴지도--- 라는 게 뭐야.
신경 쓰이는 건 재킷뿐이야?
아니면 아드리안이야?
로리가 불안한 표정으로 묻는다.
너--- 혹시 알고 있었던 거야? 에드에 대해서.
그 자식이 널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
어떻게 네가 알고 있는 거야?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단 말야.
친구면서 나한테 그런 것도 말 안 해 주는 거야?
친구니까 말한 거야.
그놈이 널 찾으러 간 거였다고.
화, 확실하게 얘기해주지 않으면 알 게 뭐야.
맞아. 그런 정도로 넌 못 알아 들으니까.
(베스에게 입맞추며) 이건--- 내 마음이야.
놀라게 해서 미안.
앞으로 에드에 대한 건 경쟁자니까 도와주지 못할 거야.
로리가 얼마나 상냥하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지.
나는 모르는 척 했을 뿐이었어.
엘리슨의 말대로 이미 로리의 마음을 이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평온한 마음---
우리 둘의 공기를 변하게 하는 건 무서웠으니까.
나를 좋아한다고?
이 두근거림과 (에드를 떠올리며) 그때의 두근거림---
어느 게 진짜인 걸까.
아드리안 군은 우수한 학생이지만, 그만큼 완고한 면이 있지요.
규율을 어기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결국 특권의식에 가득 찬 안하무인이 될 겁니다.
데뷔탕트에서 베스 양과 로리 군이 에드 군과 있는 걸 봤습니다.
타인을 멀리하는 에드 군에겐 뜻밖의 모습이었죠.
그래. 베스 양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아드리안 군에게 꼭 알려주세요.
세상엔 정의로운 일도, 상냥한 마음도 있다는 것을.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드리안이 정학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베스.
로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난감한 상황인지라 혼자서 돌진해보지만,
결국은 로리의 도움을 받아서 에드의 정학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에드의 시계을 만지며)
이런 걸 갖고 있으면 나도 진짜 사교계의 귀부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너, 사교계의 귀부인이 되고 싶어?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농담하지 마.
아니, 정말이야.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부와 사치를 맛보게 해주겠어.
사교계의 중심에서 정재계의 중요인사를 좌지우지할 정보력과 인맥도.
에이버리 가의 이름이 네 뒤에 있게 될 거야.
호오~ 그것 참 유혹적인데.
단 한 가지.
모두가 네 존재를 알되, 나와 함께 거론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귀족가의 안주인이 이행해야 하는 출산의 의무도, 사교계의 접견도 신경 쓸 필요 없어.
이게 널 내 곁에 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그러니까, 루이 16세의 애첩이었던 마담 퐁파두르의 역할을 해달란 거지?
애인이나 정부 같은.
쿡, 푸하하!
나 말이지, 네가 '좋아할지도'라고 말했을 때, 바보처럼 조금 두근거렸어.
네가 알고 있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런 거라면,
좋아한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이런 말뿐이라면,
그런 네가 가여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처럼,
전부 잊어버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