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꽃보다 남자 10 / 사쿠라코

2009. 2. 10. 23:05

왜 뉴욕으로 안 오나 했더니--- 역시나, 너였구나.

정말 못난 아들 같으니. 소동이나 피워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했어.

 

잠깐만. 뭐라고 했어요? 지금?

당신이 그러고도 엄마야? 츠카사가 죽을지도 모른단 말야! 달리 말할 순 없어?

 

그래--- 있다면 후계자가 없어져 곤란하단 정도랄까.

(츠카사 엄마의 뺨을 치는 츠쿠시, 그건 좀, 아니다.)

불쌍한 츠카사--- 이런 어머니 밑에서 가엾게도---

 

사모님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전, 도련님이 지금 살아 있는 게,

츠쿠시 덕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련님이 달라졌다는 걸, 사모님도 알고 계시죠?

 

아무것도 필요없으니까--- 신이시여!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데려가지 말아요.

제발! 츠카사를 데려가지 말아요.

 

정말 진짜--- 기적이에요. 간신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휴! 진짜 걱정 끼치는 녀석이야.

그 녀석 사람 맞냐?

 

 

 

엄마에게 알리겠다는 타마의 말에 화를 내는 츠바키.

그런 츠바키에게, 타마는 츠카사가 어려서 가지고 놀던 인형을 보여준다.

 

아가씨! 사모님을 전혀 모르시고 계세요.

울고 소리치는 것만이 애정이 아니지요.

이 인형을 사모님이 여태 지니고 계실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이 인형은 언제나 집에 아무도 없어서 외톨이였던 도련님께 사모님이 주신 겁니다.

 

아무것도 몰랐어.

겉모습밖에 보지 못했어.

너덜너덜한 인형에는, 포커페이스 안쪽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어.

 

내가 말이 지나쳤어.

기다려요! (츠카사의 인형을 내밀며) 이거 잊고 가신 거요.

츠카사가 회복되고 있어요. 말을 함부로 해서 죄송해요.

 

그 지저분한 인형, 너 같구나.

착각하지 말고 들어.

허락한 건 아니지만, 1년 간만 죽은 셈쳐주지.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순간적이지만 심장이 일시 정지해, 뇌에 산소 공급이 끊겼었기 때문에,

후유증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잘됐다, 츠쿠시! 그래도 일단은 어머니 허락이 떨어져서.

귀여워, 츠쿠시! 사랑을 하는 여자구나 싶어서.

 

깨어난 츠카사를 만나러 가는 츠쿠시는 한껏 멋을 부리지만---

 

좋아하는 사람 곁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울 줄이야.

으~ 어쩐지 간만에 긴장된다. 어떤 표정을 해야 되지.

으아! 어쩐지 똑바로 못 보겠어.

 

누구야?

저기 저 여자애, 루이 여자야?

 

누구냐니?

모르는 사람이 언제 들어왔다고 그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츠카사?

내 눈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키라, 경비원 불러.

여기 머리 이상한 애, 내쫓아버려.

 

츠카사, 너, 진짜 츠쿠시 못 알아보겠니?

 

 

 

기억상실입니다.

부분적인 기억상실일 가능성이 있어요.

왜 츠쿠시만---

그걸 모르겠군요. 심각하게 오래 생각한 나머지, 그 부분만 누락됐을 수 있습니다.

저--- 조만간 기억이 돌아올까요?

모릅니다. 평생 돌아오지 않는 예도 있으니까요.

괜찮을 거야. 지금이야 기억 못 해도, 곧 되살아날 거야.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내 기억만 잃어버렸다는 거잖아?

 

맞아. 애인이지.

차근차근 얘기해보면 알아들을지 몰라.

츠카사 어머니 얘길 천천히 알려주고 싶어.

둘이서 겨우 극복해냈다는 것을, 웃으며 얘기하고 싶으니까.

웃는 얼굴이 보고 싶으니까.

기죽지 마, 츠쿠시!

 

저기, 너 말야! 나 좋아했어.

저--- 저기 뭐랄까, 어디까지 기억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넌 사귀는---

(베개를 던지며) 나가! 두 번 다시 오지 마! 너 같은 여자 딱 질색이야. 꺼져!

 

츠카사의 저런 눈을 본 게 언제였더라--- 적을 보는 눈.

츠카사의 저런 눈을 옛날에 여러 번 봤었어.

정말 나에 관해서만 잊어버린 거야?

잊어버리게 둘 것 같아!

그렇게, 그토록 소중했던 시간을, 잊어버리게 할 줄 알아!

초조해 하면 안 돼.

괜찮아. 분명히 기억날 거야.

 

우미를 만났다.

무척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인, 태양 같은 아이.

병원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는 순수한 아이.

그 아이가 츠카사 주위를 밝게 맴돈다.

 

나도 웃어보자. 츠카사를 보고.

웃으며, 안녕!하고 인사하자.

무시당해도 좋아.

몇 번이고 얘기할 거야.

기억을 되살리는 건, 이제부터 해도 돼.

 

그런데, 자꾸만 우미가 가로막는 듯한 느낌.

우미한테는 얘기하면서, 나한테는 쌀쌀맞다.

나를 전혀 보질 않아.

 

뭐야, 그 여자! 츠카사한테 접근하는 거잖아!

 

억지로 기억하려고 안 해도 되잖아.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있고, 앞으로 그걸 메꾸면 돼.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잖아.

잊어버린 일을 생각하려고 하니까, 중요한 것처럼 생각되는 거야.

우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

그만해!

 

지우지 마.

두번 다시 안 올 시간이야.

기억하려는 걸 포기하지 마.

날 바라보던 눈동자를 지우지 마.

싫어. 우미가 하는 말은 맞아.

사정을 모르니까 어쩔 수 없어.

그건 알지만, 질투하고 초조해하는 내가 싫어.

최악이야.

 

츠카사, 뭐 생각나는 거 있어?

전혀.

츠쿠시 기억 안 나?

츠쿠시?

너희들, 츠쿠시랑 어떤 사이였는지 얘기 안 했어?

너희 생각이 있는 거야? 츠쿠시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봤어?

루이! 왜 화내고 그래? 우리도 많이 생각해.

츠카사도 곧 기억해낼 거야.

 

 

 

루이는 우미를 따라서 억지로 웃는 나를 간파하고 있다.

이제 깨달았어. 난 우미가 아냐.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웃지 않겠어.

화가 날 때는 화낼 줄 아는 나이고 싶어.

그런 나를 츠카사가 좋아했으니까.

츠카사! 분명히 말하지만, 널 감싸준 게 아냐.

널 때리는 루이 손이 아플 거 같아서야.

 

미안하다.

아, 아냐. 내가 끼어들어서 그런 걸.

널 잊어버린 츠카사를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아는데--- 무지 화가 나.

그 여자 싫어.

우미?

설명은 안 되지만 열 받아. 나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없어.

아! 뉴욕에서 최고로 화가 났었지만.

언제나 츠쿠시랑 관련이 되면, 감정이 흔들려.

지금까지 남 일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았었는데---

 

 

 

저--- 혹시, 츠카사가 츠쿠시의 애인이었어?

잊어버렸다는 게 츠쿠시야?

응.

미안해. 나 암것도 모르고---

 

새벽녘에 얕은 꿈을 꿨다.

츠카사가 나를 보며 웃는 꿈.

이런 절망적이 상황에서, 내 머리 속은 어쩜 이렇게 태평한지.

실은, 츠카사의 그 눈을 견뎌낼 수 있을 만한 시간이 필요해서,

넉다운 돼서, 궁지로 몰려, 마음이 절망감에 쌓여도,

츠카사의 꿈을 꿀 수 있는 나는--- 아직 끄떡없다고 봐.

 

루이--- 도시락. 만들어 온거니까, 먹어봐.

지난 번에 좀 미안해서.

루이는 남들 앞에서 감정 표현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잖아.

그런 사람이 그렇게 화를 내고 행동으로 옮겼다면, 굉장히 지치지 않을까 싶어서.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서 만들었어!

 

나도 알고 있어.

아직 끄떡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루이가 있기 때문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건 굉장히 이기적이고, 루이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일지도 몰라.

그래도 누군가가 지탱해 준다는 건, 어째서 이렇게 힘이 되는 걸까.

 

도시락을 싸서 병실에 들른 츠쿠시.

잠들었어.

자는 얼굴 보는 거 굉장히 오랜만이야.

꿈 속에 나도 나와?

이런 잠든 얼굴을 보면, 그때 죽다살아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억이 안 난다는 건, 그에 비하면 대단치 않아.

 

츠쿠시와 엇갈려 들어오는 우미.

잠에서 깬 츠카사는 도시락을 먹어 보고는---

네가 만들어 온 거지?

혹시 내가 잊어버린 게 너였어?

 

츠카사가 퇴원해 자택에서 요양한다는 걸 안 건, 전철 광고 같은 데서였다.

우리 사이가 예전 같았다면, 내가 여자친구였다면, 이런 식으로 알게 되진 않았겠지.

지금 난, 츠카사한테 기억에 없는 사람이야.

그런데도 꽃을 들고 문병가는 난, 참 꿋꿋하구나.

 

도련님은 동쪽 밤에 계셔. 혼자는 아니지만 말야.

내가 무슨 얘길 해도 소용 없어.

도련님은 사고 이후 얼이 빠져버린 거 같아.

난 이 말밖에 할 수가 없구나.

지지 마라.

 

어이없게도, 우미에게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 츠쿠시.

 

내가 두고 간 도시락을 혹시 우미가 만들어 준 걸로 아는 거야?

전에 난 내 자신에게 물었어.

루이가 더 빨리 나를 좋아했더라면, 츠카사를 좋아하는 일을 없었을까 하고.

대답은 NO였어.

어떤 일이 있어도, 난 츠카사를 좋아하게 됐을 거야.

그런데--- 넌 그렇지 않은 거니?

그런 거야?

대타가 통하는 사랑이라면 필요없어.

나를 찾아내주지 않는다면--- 이제 필요없어.

넌--- 이제--- 내가 사랑한 츠카사가 아니야.

 

 

 

진심이야? 다신 안 가겠다고?

그러니까--- 왜?

다시는 츠카사를 보고 싶지 않아, 그뿐이야.

 

솔직하게 말해서, 우미한테 한 방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우미가 원인은 아니야.

츠카사가 날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야.

 

유키, 물론 나도 화가 나.

왜 걔한테, 이제 오지 말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싶어. 하지만 난 진 거야.

기억을 잃어도 날 선택할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어.

하지만 틀렸지. 자만했던 거야.

슬프지만, 내가 사랑했던 츠카사는 어디에도 없어.

난 우미가 끼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봐.

나랑 츠카사는 어차피 그런 사이였던 거야.

 

잠시동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마음 속이 텅 비어버렸어.

하지만 멋 모르고, 고난의 연속을 헤쳐나온 게 아냐.

괜찮은 거라고, 자신의 재생력을 믿을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상관없는 건데, 신경이 쓰여.

뭐가?

그 애. 늘 왔던 여자애.

츠쿠시?

그 애는 왜 언제나, 그렇게 화를 냈을까? 그리고 뚝 발길을 끊었고.

그때 마지막으로 울던 얼굴이,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가 없어.

 

왜--- 가끔씩밖에 안 오는 츠쿠시가 신경이 쓰이는 거야?

나는 안 돼? 나 자신 있어. 츠카사가 잃어버린 걸 채워줄 자신 있어!

좋아해--- 내가 힘이 돼줄게---

 

어떻게 좀 해줘, 타마.

머리 속이 안개가 껴서,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아.

내 속에서 빠져 버린 걸 메꿔주는 게 그 애일까? 모르겠어.

도련님! 타마는 모든 걸 도련님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도련님 자신이 대답을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전부 놔줄 거야.

츠카사와 관련된 건 전부.

그리고 완전히 내 속에서 몰아낼 거야.

이 공을 잡은 날은 최고로 즐거웠는데.

경호원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둘이서 교복데이트를 하고.

이 솜인형도 내가 갖고 있어야 할 게 아냐.

소중히 했던 토성목걸이도,

그때처럼 사랑에 빠진 어떤 공주님 목에 걸어주면 돼.

내 마음을 묻어버리자.

안녕, 츠카사.

 

 

 

츠쿠시는 야생동물이니까. 그리고 츠쿠시는 그런 애한테 추월당하지 않아.

괜찮을 거야. 우리가 생각하는 거보다,

그 둘은 훨씬 유대가 강하니까.

 

우미가 싸온 도시락을 맛본 츠카사가 버럭 화를 낸다.

 

지난 번 도시락, 왜 네가 만들었다고 했지? 네가 싸온 게 아니었잖아.

뇌는 잊어버려도, 내 세포가 그렇게 말하고 있어.

내가 필요로 하는 건, 네가 아냐.

생각났어? 잊어버렸던 일 전부?

생각 안 나. 하지만 이 무력감. 텅 빈 머리 속.

그것이 내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것만큼은 감각으로 알 수 있어.

너 나에 대해서 뭘 알아?

난 꼭 네가 기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줄 알았어.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어. 그렇지?

지금도 빠진 기억 외에는 다 기억해. 이제 너한테 볼 일은 없어.

 

츠카사의 돌발 행동에 놀란 우미는 f3과 츠쿠시를 찾아간다.

도와줘. 츠카사가--- 무서워.

그렇게 될 게 뻔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친구들.

 

학교에서 츠카사를 만난 츠쿠시는 츠카사의 물건을 모두 돌려준다.

 

네가 필요없다면, 내가 버리겠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여기 왔는데. 이 얼빵아! 나도 이딴 거 필요없어!

 

야구공을 츠카사에게 던지는 츠쿠시.

그 한 방으로 츠카사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안 것은, 조금 후의 일이었다.

 

눈이 부셨던 오늘 아침,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은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츠카사가 여길---

 

왜긴--- 너--- 만나러 왔지.

 

그 눈이 아냐.

츠카사다.

츠카사가 돌아왔다.

 

그 공 맞자마자 정신을 잃었어.

사람 머리에다 공을 던지다니, 진짜 너 어떻게 된 거 아냐?

 

진짜 예전의 츠카사야?

이 바보야! 이제 영원히 기억 못 하는 줄 알았단 말야.

미안.

 

츠카사가 돌아왔다--- 눈물이 멈추질 않아.

 

이제 기억을 잃었을 때 같은 빈껍데기는 이제 사양이야.

네가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없어. 진심으로.

츠카사가 똑바로 나를 본다.

여러 번 꾼 슬픈 꿈 속에서 봤던 거 같아.

 

츠카사 복귀 파티를 한다. 오랜만에 즐거운 친구들 속에---

 

오랜만이다. 머리 잘랐구나. 귀여워.

그날 아침 후로 처음이지.

내내 맘에 걸렸어. 그때 인사 못해서 정말 미안해. 연락하려고 했는데.

그 뒤로 생각해봤어.

몇 개나 되는 빌딩을 올라가 확인했을까--- 한 두 빌딩이 아니었을 텐데---

 

인사라니---

내 맘이 개운치 않아서 말야.

유키가 원하는 걸 들어줄게.

 

 

 

난--- 둘이 있고 싶어.

어디 가는 거야?

어디든지.

 

정말, 누구나 어디든 가고 싶은 밤이어서,

주위에서 일어나려는 작은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