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6 / 유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오늘 너희집에서도 나갈 거야.
잠깐만! 너, 정말 이상하다. 왜 이렇게 된 거야?
오늘 낮엔 같이 바니하우스에 가서 잘 돼 갔었잖아? 기억하지?
나랑 대등하게 있고 싶으니까, 집나가지 말라고 했었잖아? 그랬었지?
네가 말했던 보호받는 게 싫다는 말은, 나랑 끝내기 위해서 했던 말인 거야?
그게--- 아냐.
난 그때는 진심으로 너랑 제대로 서로를 바라보기 위해서---
그럼, 뭐야? 말해. 왜 이렇게 된 거냐구?
갑자기 그런 말을 듣고서 납득할 수 있겠어? 말해!
사정을 이야기한 츠쿠시.
이미 결심했어. 이제 너랑은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이미! 결정했어. 두 번 다시 접근하지 않겠다고.
납득할 수 없어. 그런 이유가 있으면 되는 거야? 어? 그런 게 말이 돼?
츠쿠시! 넌, 날 한 사람의 남자로 본 적이 있어?
내 집안이랑 엄마를 전부 제쳐두고서 그냥 남자로서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냐구?
있어.
몇 번이나 있었어.
바보같고, 시건방지고, 난폭하고, 한번 마음먹으면 막무가내고, 단순하고, 고집센---
사실은--- 사실은---
츠카사를 몇 번이나 몇번이나 몇번이나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만약 널 좋아한다면 이런 식으로 나가지 않을 거야.
잘있어.
달려가는 거야.
난 내가 사는 법을 알고 있어.
어디로 갈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는 거야.
뭐하고 있는 거냐?
도련님한테 그런 거짓말까지 하고.
그런 얼굴을 하고선.
정말 넌 바보로구나.
어딜 가는 거냐! 갈 데도 없으면서.
도대체 넌 어린 주제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구.
바보는 바보답게 단순하게 행동하면 되는 거야.
도련님을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돼.
그 아인 널 받아들일 정도의 가슴은 갖고 있다구.
뭐든지 혼자 결정하다니.
널 지켜준다고 했던 도련님이나 나도 바보 같잖아.
죄송해요, 타마.
미안해요, 언니.
미안해, 츠카사.
난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밖에 살 수 없어.
안타깝고, 가슴이 메어와, 넘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괴로울 정도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우린 어긋나기만 했었지.
처음이 끝이었다.
바이, 바이, 츠카사!
휴학계를 내고 가족이 있는 어촌으로 돌아가는 츠쿠시.
하지만 내일이 보이지 않는 곳에 온 듯하다.
꿈을 꿨다.
헤어진 그 장소엔 지금도 비가 내리고
지금도 츠카사가 서 있는 꿈을---
잠들면, 그날 밤 이후로 계속 같은 꿈을 꿔.
츠카사가 그곳에 서 있는 꿈.
이게 어떡하지?
여기 온 지 이제 며칠이나 됐을까?
다시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어.
츠카사! 이제 날 잊은 거야?
내 가슴엔--- 너의 모습이 이렇게도 선명히 남아 있는데.
그 녀석은 정말로--- 츠쿠시가 없으면 안 된다구---
tv에 나온 츠쿠시의 모습을 본 루이가 츠카사에게 츠쿠시를 데려오라고 한다.
네가 갔다 와. 난 안 가.
하지만 난 상관없는데.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난 더 상관없게 됐어.
넌 친구잖아. 가주면 좋지, 뭘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바보 같은 소리 마. 난 걔한테 차였어.
살아 있었군. 다행이야--- 어디 쓰러져 죽은 줄 알았어.
쓰러져 죽기 직전이었지.
바싹 말라선 뼈랑 가죽뿐이고, 얼굴은 창백해선.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구.
어떻게 츠카사가 이런 곳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루이! 너, 나 속였어. 뭐가 빼빼 말랐냐?
달라진 게 없다.
우리들 사이엔 비 내리던 그 날 밤이 있다.
그치지 않던 빗 소리가 들린다.
난 비내리는 그 날 밤.
내가 원하는 길을 버렸다.
지금 걷기 시작한 길을
어떻게든 앞으로 걸어나가는 일만 생각해야 해.
정말 연애하곤 안 맞는지도 몰라.
우리가 터무니 없는 착각을 한 거 같구나.
꼭 츠쿠시랑 사귀는 줄만 알고--- 그 앤 언제나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 해서 말야.
난---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우리 집안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만큼.
이 세상에 맘 먹은 대로 안 되는 일 따위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뭐--- 다 끝난 일이에요. 이젠 보내주겠어요.
츠카사가 말하는 게 정말 맞아.
좋아한다면 무슨 일이든 극복해야 해.
시게루의 맨션에서 살게된 츠쿠시 가족.
츠쿠시! 좋은 친구를 뒀구나. 너무나 좋은 애들이야.
그래.
카즈야한테 들었는데, 모두들 다 맨션 같은 게 있지만,
누가 빌려주는 게 츠쿠시한테 가장 부담이 적을까,
어제 밤새 얘기했다나 봐.
행복하겠다, 츠쿠시.
난 그 약속을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절대로 도묘지가와 관계를 갖지 않겠습니다'
일을 해야겠다.
시게루의 친절에 들떠 있을 순 없어.
사쿠라코의 미팅 작전에 휩쓸린 츠쿠시.
그곳에서 츠카사와 닮은 남자를 만난다.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츠카사랑--- 똑같아---
다, 닮았어.
내 얼굴에 뭐 묻었냐?
목소리가 달라. 츠카사보다 훨씬 저음.
쿄나가라고 한다.
중증이군. 츠카사가 아닌데.
심각해. 어떻게든 해야 돼.
완전히 엉망진창. 감정 컨트롤이 안 돼.
혼란스러워서 머리가 새하얘져버렸어.
그 눈을 본 순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내 마음의 상처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츠카사의 사촌형이라고 한다.
얼굴은 진짜 닮았지만 츠카사하곤 달라.
훨씬 어두워.
어둡고 깊은 늪 같은--- 그 눈동자.
츠쿠시가 미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츠카사가 화를 낸다.
상대가 내 사촌형이라고 뻥치는 녀석이었나?
잘될 거 같은걸? 서로 속이며 만나면 되겠네.
솔직히 말해서 실망했어.
울어도 이제 난---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테니까.
할 얘긴, 너 오늘 복도에서 날 보고 달아났지.
그러지 마.
편하게 지내자고 얘기하려고 했어.
그것뿐이야. 안녕.
울지 마.
슬퍼할 자격도 없어. 당연해.
내가 츠카사였다면 벌써 예전에 떠나버렸을 거야.
아주 살짝 어긋났을 뿐인데.
이제 다시는 그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어---
츠카사 사촌형이라는 쿄나가가 츠쿠시 곁을 맴돈다.
아무래도 수상하다.
뭐, 어때? 얼굴을 봐. 츠카사랑 똑같이 생겼지?
그럼, 나랑 사귈래? 네가 마음에 들었어.
츠카사랑 틀어졌으니까, 나한테 오지 그래?
싫어하는 사람하고 닮았다니까, 기분나쁘구나.
그게 아니라---
너 말야. 걔랑 끝내고 나랑 안 사귈래? 진지하게 약속할게.
나랑 사귀는 게 분명히 더 잘될 거야.
그 녀석보다 내가 널 훨씬 잘 이해해줄 테니까.
뭐? 농담하지 마! 난 이제--- 도묘지가 사람하곤 아무런 관계도 안 갖기로 했어.
실은--- 도묘지가하고는 전혀 아무 상관없다고 하면 어떡할래?
내가 믿을 거 같아서? 어이가 없어서. 저렇게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겨가지곤.
그게 아니라--- 만약 도묘지가하고 관계가 없으면 츠카사가 아니라 나랑 사귈 거냐고.
아니.
대답이 아주 빠르네. 그렇게 그 남자가 좋아?
난--- 이제 더 이상 츠카사한테 상처주기 싫어.
그건 동정이야. 넌 애정과 동정하고 착각하고 있어.
그 두 가지는 아주 상당히 비슷하다는 거 알아?
'날 굉장히 좋아하는 거 같아'
'어쩐지 불쌍한 거 같아'
'좋아해주지 않으면 이 사람 망가질 거야'
정말로 좋아한다면 장애가 있든 없든 뛰어들지 않곤 못배긴다구.
실제로 넌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잖아.
이 사람 너무 짖궂어.
가장 사람에게 상처주는 방법을 쓰고 있어.
부추기는 데 넘어가면 안 돼.
얼마나 울었을까.
아무 고백도 하지 못한 내 마음을 다른 사람한테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 사람은 어른스러워.
일부러 나를 화나게 했어.
안녕, 츠카사. 가짜 쿄나가야.
츠카사 어머니한테 500만 엔에 의뢰받았어.
츠쿠시를 유혹해달라고.
잘 들어.
내가 일부러 여기까지 나타난 건, 계약을 거절할 생각이기 때문이야.
거짓말을 하는 게 싫어졌어.
츠쿠시가 마음에 들었거든.
골빈 여자였으면 데리고 놀다가 버리려고 했지, 돈도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럴 생각이 안 들더라구.
그 사실을 일단은 츠카사한테 얘기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이 사람 무슨 소리야?
츠카사네 어머니한테 의뢰를 받아?
달아나도 달아나도 달아나도 뒤쫓아오는 검은 그림자.
헐떡이며 빛이 드는 곳으로 뛰어가도
어느 틈엔가 또 검은 그림자가 날 내리누른다.
어제 평펑 우는 널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
좀더 즐겁게 사는 법을 배워.
나랑 사귀면 분명히 잘 맞을 거야.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이름! 이름이 뭐야, 쿄나가?
아몬. 21살 대학 3학년이야.
아르바이트하면서 사는 평범한 남자라구. 이번엔 뻥 아니다.
진짜야? 정말 그 사람하고 사귈 거야?
응. 별로 남녀사이로 사귀는 건 아니지만.
편하니까. 사는 세계도 같고.
츠쿠시가 날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도피든 그 마귀할멈을 날려버리든
그런데 그게 아니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루이!
난 츠쿠시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고, 울 때는 안아주고 싶어.
그게 사랑이야.
나 결심했다.
상관 안해.
이제 골머리 썩는 건 때려쳤어. 누가 어찌 되든 알 바 아냐.
츠쿠시가 누굴 좋아하든 상관없어.
뺏어올 테니까.
바보라도 괜찮아.
이제부터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을 할 거니까.
나는 벌써 아주 오래 전부터--- 츠쿠시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됐어.
넌 모르지?
츠쿠시는 내 거야.
이 말 하러 왔을 뿐이야.
아몬에게 선전포고하는 츠카사.
내 속에서 뭔가가 변한다.
어디로 달아나든 찾아서 붙잡아버릴 테다.
폭풍예감.
아몬을 만나면서도 츠카사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츠쿠시.
싫진 않아.
아마도 누구보다도 날 이해해줄 거야.
하지만,
도도하고 바보에다 제멋대로이고 딱 질색인 타입인데.
헤어지면 헤어질수록 정말 츠카사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리 찾아도 츠쿠시가 보이지 않자, 경찰청에 츠쿠시를 찾아달라고 전화하는 츠카사.
한편, 츠쿠시는 아몬을 만나러 가고, 그들 앞에 나타나는 츠카사.
츠카사--- 어떻게---
츠쿠시! 가지 마! 그 녀석하고 가지 마!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안 된다구!
네가 없는 하루하루는 의미가 없어! 평범해질 수가 없어!
어린애도 아닌데 말야.
네가 하는 일은 츠쿠시를 힘들게 할 뿐이야.
이 철부지야! 지금까지 넌 뭐든 네 맘대로 해왔어.
하지만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한심스러워서 원.
너--- 츠쿠시를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준 적 있어?
츠쿠시를 생각한다면 그냥 내버려두는 게 사랑이야.
행복?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츠쿠시, 알겠어?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게!
그러니까, 망설이지 말고 날 믿으란 말야!
그때 유원지행 버스가 도착한다.
지금이 가장 힘들 때야. 이것만 넘기면 편해져.
감정대로 움직이지 마. 서로를 위해서야.
아몬의 말을 듣고 버스에 올라타는 츠쿠시.
츠카사는 츠쿠시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지만--- 버스는 떠나고,
길바닥에 주저앉는 츠카사.
빨리--- 좀더 빨리--- 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츠카사--- 마음이--- 찢겨져 나간다.
그런 건--- 온몸으로 벌써 깨달았어.
츠카사랑 만나게 된 후부터--- 내 인생의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했어.
더 이상은--- 속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