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고교데뷔 3

2009. 1. 17. 20:27

이제 곧 대운동회잖아?

 

단장으로 뽑힌 요우, 응원하는 하루나.

 

걱정 돼?

글쎄요--- 어쩐지 휘말리게 한 것 같아서요--- 나랑 사귀지 않았으면 저런 고생은---

하하하. 그러네. 그래도 요우는 하루나랑 사귀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괜찮아.

 

 

 

이미 뽑혔으니 망쳐버릴 순 없잖아.

 

요우, 그러고 보니 나 때도 싫은 듯 귀찮은 듯이 보였지.

하지만 끝까지 코치해줬어. 열심히 해줬어.

요우는 그런 사람이었지.

있잖아, 요우.

요우가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나도 열심히 할게!

 

너무해--- 요우, 애쓰고 있는데---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다니---

괜찮아. 하루나는 평소처럼 하는 것만으로도 요우의 힘이 되고 있어.

 

이렇게 늦게까지 여기 있었어?

오늘의 감동을 전하고 싶어서! 감동했어, 요우! 요우, 대단해! 무지무지 멋있었어!

고마워, 여러모로.

  

아아. 수통 안에 있던 거 마셨는데 그거 뭐였어?

무즙. 무즙이 목에 좋다고 아사오카 선배가 가르쳐줬어.

그 녀석 어째서 언제나 마침 필요할 때 곁에 있는 거지?

아~ 듣고 보니 그러네! 수수께끼다!

 

수수께끼일까!

 

단장님과 미네시기 선배가 왠지 요즘 좋은 분위기야, 라고 누가 귀띔해준다.

 

이것 참, 불안해진 거야? 보러 가볼래?

아뇨. 괜찮아요.

순간 불안해졌지만, 요우는 응원에 온 힘을 쏟고 있을 테니까---그럴 리 없어요!

하하하. 미네기시는 미인이고 성격도 좋지만, 나는 하루나 쪽이 더 좋아.

또--- 그런 농담을.

진짜야, 진짜. 아, 안 믿네.

하루나--- 난 말이야, 농담을 해도 거짓말을 안 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죄송해요. 왠지 언제나 신세만 지네요.

괜찮아. 나 한가하니까. 소중한 친구의 여자친구잖아.

요우는 이상한 녀석이야.

쓸데없는 사람 따윈 무시하면 되는데 일일이 반응하고, 인간불신 비슷하면서도 사람이 좋으니까.

요우는 특히 여자에 관해서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인지 뿌리가 깊거든.

하루나를 만나서--- 변한 거야.

 

네? 전 잘 모르겠어요.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도, 학교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저런 느낌이었잖아요?

하루나에겐 진짜 요우가 보였구나.

요우가 부러워, 하루나. 나도 하루나가 발견해주면 좋겠다.

 

요우에게 싫증나면 언제든지 내게 와.

 

아사오카 선배는--- 두근거리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니까.

 

웬일이야? 이런 시간에 다 불러내고. 무슨 일 있어?

너, 진심인 거 아니야? 진짜로 그 애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하루나를 좋아한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데?

그냥.

그냥이라.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건데?

포기해. 미안하지만 고백도 하지 마. 조용히 포기해줬으면 좋겠어.

만일 네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면, 반드시 고민할 테니까.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아. 슬픈 표정도 짓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역시 너무 일방적이잖아.

운동회에서 나보다 요우가 1등을 더 많이 차지하면 하루나한테 고백은 안 할게.

조용히 단념해줄 수도 있어.

 

하루나, 요우는 올해 운동회에 의욕이 아주 대단해. 전부 1등하겠다고 했어.

나도 열심히 할 거야. 하나라도 더 1등을 많이 차지해야지.

네? 아사오카 선배도?

 

왜 그러지, 요우--- 혹시 부담 같은 거 느끼는 건가?

하하하. 내가 몰아붙였거든.

네에? 어떻게요?

그건 말할 수 없어.

아사오카 선배는 언제나 나이스 타이밍에 나타나서 도와주네요. 요우 말을 듣고 깨달았지만요!

 

그렇군--- 그런 곳에서 눈치 챈 거로군.

 

아사오카를 도와주려다 상처가 난 하루나.

 

흉터 안 남을까---

아, 남아도 괜찮아요. 저 흉터 투성이거든요.

그러고보니 처음 만났을 때도 넘어졌었지. 그때는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저 우연히 거리에서 만났을 뿐인 평범한 여자애라고 생각했었지.

있잖아, 하루나.

그때 하루나의 구두를 주운 사람이 나였다면, 하루나는 나한테 코치를 부탁했을까?

날 좋아하게 되었을까?

네?

그럼, 흉터 남으면 얘기해. 언제라도 책임질게.

 

왠지--- 순간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오늘은 요우랑 승부하거든.

 

요우, 무리해서 달릴 필요 없어. 기권하면 안 돼?

반드시 달려야 할 이유가 있거든.

고마워.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넌 웃으면서 응원해줘.

 

넋을 잃고 있었어요! 어쩐지 오늘 요우가 너무 멋있어서--- 계속 가슴이 아파요.

오늘 요우는--- 정말 멋있었지.

 

오늘 대단하던데? 꾀병 아냐? 다친 거.

아야!

축하해. 요우가 이겼어. 약속은 지킬게.

아사오카--- 미안---

응? 뭐가? 난 하루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

뭐라고?

요우가 혼자서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내가 딱히 인정한 적은 없잖아? 정말 즐거운 운동회였어.

너랑 이제 말 안 해!

하하하. 그러지 마. 우린 친구잖아.

 

계속 농담처럼 얼버무리다가, 무엇이 진심인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된 건 아닌가요?

하루나는 좋은 얘예요. 좋아하게 되어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하루나--- 좋아해.

(싱긋) 이제 안 속아요!

 

날 요우처럼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군. 그것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

 

있잖아. 난 아사오카처럼 다정하지 않고, 센스있는 말도 못 하지만. 노력할게.

너의 좋은 남자친구로 있을 수 있도록.

나도 노력할게!

어? 아니--- 응. 그래. 함께 노력하자.

 

하루나의 집으로 놀러간 요우가 하루나 아빠의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좀 이상한 걸 물어도 되겠나?

자네는 아주 멋있는 사람인데--- 어째서 하루나랑 사귀는 건가?

역시 하루나가 먼저 고백했겠지?

아--- 예--- 하지만 하루나보다 제 쪽이 더 하루나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려온 사람이 자네 같은 사람이라 다행이야. 우리 딸을 잘 부탁하네.

 

 

어째서 웃고 있는 거야?

요우가 웃고 있었어. 굉장히 멋진 얼굴로.

가슴이 아파. 마음이 무거워.

뭘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내가 왜 요우한테 그렇게 귀엽지 못한 말을 해버렸을까?

나는 요우한테 화가 난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옹졸한 여자다.

미안해.

 

알고 있어. 요우가 자상한 건 알고 있어.

사람이 쓰러지면 모른 척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리고 그런 요우를 나도 좋아해.

하지만 싫었단 말이야.

나 이외의 다른 여자한테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싫어. 싫다구.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단둘이 있으면 불쾌해.

사실 이게 따지고 보자면 요우가!

내가--- 너무 방치해둬서?

그건 아니야! 전혀 아니라구!

잘은 모르겠지만--- 이만 갈게. 머리 좀 식혀야겠어.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요우~~~

 

왜 그런 귀엽지 못한 말을 해버렸을까?

지난번에도, 그전에도--- 아아아--- 나란 애 재수 없어.

요우가 다른 여자한테 웃어준 일을 생각하면, 속이 쓰려서 솔직하게 말이 안 나와.

 

두 사람은 처음에 어떻게 만났어?

정확히 1년 전쯤에 거리에서 만났어.

길에서 말을 걸어왔는데, 나중에 학교에서도 또 말을 걸어왔지.

혹시 자기랑 사귀자고?

아니, 인기를 얻고 싶으니까 코치해달라고.

처음에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더라.

하지만 결국 계속 같이 있었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얼마 후에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쪽이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그때 왠지 나도 기쁘더라.

그래서 나도, 이 사람을 계속 좋아했다는 걸---

 

요우를 건드리지 마! 좋아하면 안 돼!

요우는 굉장히 자상하고 상대방을 확실히 봐주니까,

좋아하게 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요우는 안 돼!

다른 좋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요우는 포기해요!

요우는 절대로 아무에게도 못 줘!

 

난--- 저번에 학원에 잠입했었어.

그때 요우가 저 여자랑 즐겁게 얘기하는 걸 보고, 너무너무 싫은 기분이 돼서---

그후로 요우랑 얘기를 해도 그때 일이 생각나서 자꾸 듣기 나쁜 말만 해버렸어.

이런--- 속좁은 여자는 미움 받는 게 당연하겠지만--- 미안해--- 헤어지자고 하지 마.

 

아. 그랬구나. 그치만 그건 좋아한다면 당연한 일이잖아.

굉장히 좋아하면 독점하고 싶어져.

나도--- 그런 적 있는 걸--- 오히려 기쁜 걸? 조금도 싫지 않아.

 

하지만 싫은 기분이 드는 건 괴로워.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괴로운 일이 늘어나서--- 싫어.

 

안 할 거야.

내가 이제는 싫은 기분이 들게 놔두지 않을 거야.

 

뒤틀렸던 마음이 풀어진다.

역시 사랑하길 잘했어.

요우를 좋아하길 잘했어.

사랑을 하면 모르는 자신이 생겨난다.

괴로워도 행복한 일이야.

 

요우 생일날--- 1박2일 여행 어때?

아니--- 나야 별로--- 상관없지만---

 

아주 멋진 유혹이네. 하루나는 대체 어쩔 셈일까?

분명히 아무 생각 없을 걸.

글쎄. 그건 모르지. 만약에 확실하게 알고 있다면 어떡할래?

어쩌긴--- 없어. 지금까지 전혀 그런 시선을 없었어.

저쪽도 아주 마음 푹 놓고 있을 텐데.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남자가 되는 건 좀 그렇잖아.

 

정말이지,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오빠. 하루나는 역시 전혀 모르고 있었어.

보통은 사귀는 사이라면 그런다니까 엄청 당황하더라. 생각해본 적도 없대.

아냐. 괜찮아.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네가 가르쳐줬으면 여행도 취소하겠네.

 

에휴~ 정말로 전혀 모르고 있었을 줄이야---

 

진짜 갈 거야?

응.

 

각오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안 된 건 같기도 하고.

싫은 건 아니지만 뭐랄까.

굉장히 창피해---

 

 

 

첫 외박.

리얼!!!

 

가--- 각오하고 오긴 했지만--- 역시 아직 빠른 것 같아!

다--- 단둘이--- 조용하니까 더 의식되잖아!

요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래, 괜찮아.

전부 숙지하고, 그래도 오기로 결심한 거니까, 나는 요우를 정말 좋아하니까!

괜찮을까? 벌써부터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데--- 죽을 지도 몰라.

죽을 거야--- 세상 사람들은 다들 그러는 거야?

왠지 점점 리얼해져~ 눈앞에서 어른거려. 너무 선명해.

역시 무리야!

얼마 전에 겨우 눈을 마주보게 됐는데--- 옷을 입어도 두근거리는데---

 

수영장도 온천도 다녀왔다. 밥도 먹었다. 이제 딱히 할 일이 없어--- 점점 밤은 깊어가고---

역시 요우도--- 의식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왠지 좀 기뻐.

 

아--- 아무것도 안 해?

요우랑 같이 있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잠을 못 자는 건 나뿐이야?

우--- 왠지 갑자기 서글퍼져--- 훌쩍, 훌쩍

 

왜 그래?

요--- 요우가--- 아무것도 안 해---

뭐?

나--- 각오하고 왔는데--- 요우는-- 나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나봐---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건지, 수영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고기만 먹는다고 질렸는지,

생각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잖아---

 

각오라니--- 아니야! 말이 각오하고 온 거지--- 네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굉장한 일이야.

 

의식했어? 요우도? 단둘이 있으면 가슴도 두근거리고 그래?

그래---

 

온몸이 저려. 도망치고 싶어. 꼼짝도 못하겠어.

요우는 긴장 안 되나?

 

그렇구나. 요우도 긴장하고 두근거리는구나.

나랑 똑같아.

똑같은 마음으로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니까.

 

마미 말야. 연애에 흥미 없어?

저기, 난 원래부터도 흥미 있었지만,

막상 사귀어보니까,

슬픈 일이나 힘든 일이나 괴로운 일도 있지만,

뭉클하게 솟아나는 행복이나, 깊은 마음을 알게 됐어.

상상도 못했는걸.

 

대학 추천을 받고 장래에 대해 고민하는 요우.

그런 모습을 보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는 하루나.

 

장래희망.

하고 싶은 일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해왔는데,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

진로--- 분명히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재미있을 거야.

 

있잖아, 요우. 나 말야, 해보고 싶은 일을 찾았어.

요즘에는 체육 가정교사도 있나봐.

전에 인기 끌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는데, 요우가 가르쳐줘서 기뻤어.

나도 예전의 나 같은 사람한테 힘이 돼주고 싶어.

그러면 나 자신도 기쁠 거야. 될 수 있을지 어떨지 아직 모르지만---

 

잘 어울릴 것 같아. 분명히 될 수 있을 거야.

 

기뻐! 요우가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기뻐!

 

왠지 즐거워 보여.

요우가 즐거워 보여!

이렇게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는 요우는 처음봐.

 

굉장하다! 운명적이야! 그 대학에 가라는 신의 계시야!

하지만--- 도쿄야.

에--- 도쿄? 라면 통학 불가능하니까--- 장거리 연애?

나는, 네가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가.

떨어져서 너와 깨지게 될 바에야, 나는 안 가.

난 앞으로도 지금도 너 이외의 사람과 사귈 마음은 조금도 없어.

그러니까 절대로 깨지면 안 돼.

헤어질 리가 없잖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모처럼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 걸. 파이팅! 요우!

고마워---

 

장거리 연애.

그러게. 그럴 가능성도 있었어--- 장거리 연애.

왠지 로맨틱한 울림--- 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퍼!

하지만 요우가 모처럼 관심 가는 진로를 찾아냈어. 응원해야 해!

 

나도 같이 가고 싶어---

왜지?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걸까?

미안, 뭔가 상상한 것보다---

역시--- 안 갔으면--- 좋겠어---

 

외로워.

요우가 없으면 외로워.

미안해, 요우.

미안해!

 

응--- 안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