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정체불명 새색시 / 허국화, 김수진

2008. 11. 17. 19:23

잘했어.

뭐가?

박무연 말야. 감추고 싶어 하는 걸 지켜줬잖아. 아까 걔 감동받아서 우는 거 진짜 귀여웠어.

울어? 누가?

둔한 녀석. 가면 써서 표정이 안 보인다고 감정까지 없는 건 아니거든?

이상해.

뭐가?

전엔 걔가 어떻게 생겼든 관심없었는데--- 지금은 궁금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찬스였는데 아쉽군.

 

그 말은--- 지금은 관심이 간다는---?

 

 

 

서방님--- 눈은  거짓말을 많이 해요.

그러니까 사물을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우셔야 해요.

부디--- 마음으로 절 봐주세요--- 서방님---

 

제길--- 이러다 난 진짜 청학동에게 장가들고 말 거야.

그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네 맘이 달라진 거라고 봐.

뭐?

부모님한테 박무연은 부각되고, 도도 이미지는 추락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너 자신이 도도보다 무연이한테 자꾸 끌려서 초조한 거 아니냐구.

 

얼굴을 보이지 않고 마음만으로 이시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내일 이시준이 널 택한다면 주술이 풀릴 테고, 날 택한다면 넌 영원히 저주에 갇히겠지.

 

평생 어둠 속에 감추고 살 수 밖에 없는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게 해놓고---

진정한 사람을 얻기 전까진 주술이 풀리지 않도록 해놓은 것이 기룡의 복수였습니다.

다시는 서방님과 맺어지지 않게 방해하여 우리 두 사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려는---

 

잠깐--- 네 말은 그러니까---

넌 전생에 박씨부인이고, 난 이시백--- 그 여잔 기룡?

 

 

 

아직도 모르겠냐?

뭘?

그 여자가 사라질 때 '진실한 사랑'을 하면, 무연이를 택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영원히 저주에 갇힌다고 말했다며--- 요는, 이건 무연이에 대한 네 마음 테스트---

너의 사랑만이 둘에게 걸린 저주를 깰 수 있는 key라는 얘기야.

 

드디어 내일이구나.

네 주술이 풀릴지 어떨지--- 그런데--- 넌 정말 이 위태로운 시험을 계속할 작정인게냐?

기룡공주를 이용해서 네 서방님의 사랑을 떠보는 일을---

 

 

 

시원해---

 

저--- 저게 바--- 박무연?!

뭐--- 뭐야! 이 소름 돋을만큼 강력한 기운은--- 가면이 벗겨지기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어!

 

저기--- 아까 너 스스로 주술에 걸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주술은 이 여자가 걸었던 거 아니었어?

 

기룡 공주가 던진 것은 간단한 암시---

 

"네가 추한 몰골로 다음 생에 태어나도 이시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느냐?"

 

"--- 그래!---"

 

하지만 의심했었다.

서방님을--- 서방님의 사랑을---

진정 나의 아름다운 외모가 없었어도 서방님이 날 사랑해 주셨을까!

 

---전 그 간단한 암시에 걸린 겁니다.

사랑이 깊은 만큼 의심도 커져 스스로를 주술에 걸고, 서방님의 사랑을 시험하게 된 것입니다.

오랜 세월---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몇 백 년 동안 환생하기만을 기다리며

오로지 꿈꾸고 바라온 게

서방님을 시험하는 거였어?

 

끔찍해.

이해해. 나도 믿을 수가 없으니까. 널 시험해 보려고 스스로 주술을 걸다니---

언제나 널 좋아한다고 말해왔으면서 어떻게 그런 테스트를 할 수 있지?

게다가 넌 목숨까지 걸었는데--- 그리곤 네가 깨어나기도 전에 변명 한 마디 없이 사라졌어.

네 덕분에 가면이 깨졌으니 얼굴은 안 보이고도 맘을 얻겠다는 소원을 이룬 셈인데 어째서---

너--- 혹시 그거야?

뭐가---

가면이 깨졌다는 건 네가 무연이엑게 마음을---

 

대체 뭐야--- 순진한 얼굴로 좋아한다느니, 사랑한다느니, 하면서 박무연이 뒤통수 쳤는데---

지오 녀석까지도 배신감 느낀다는데, 난 왜 화도 안 나는 거야.

이건 예전의 내가 아니야--- 이상해졌어---

 

무슨 짓이야! 누가 걔 보고 싶댔어?

이대로라면 무연이 영영 안 돌아올 텐데--- 그땐 좋아한다는 걸 인정해봤자 늦는다구.

방금--- 영영 안 돌아온다고--- 그랬냐?

죄책감 느낄 거야. 너 시험해 보려 했던 거나, 그 때문에 네가 죽을 뻔했던 거---

 

석달 전 어느 날---

날 서방님이라 부르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등장.

서방님--- 합궁하러 왔습니다.

고작 열 여섯 살에 된통 꼬여버린 내 인생.

찰거머리 같은 그 생물체를 떼어내는 것만이 목표였는데--- 그랬는데---

 

 

 

가면 벗었다며?

서방님을 뵐 면목이 없어서요---

대체 이유가 뭐야?

근신--- 중입니다.

서방님이 저대신  목숨을 잃을 뻔한 걸 보고--- 깨달았습니다.

전--- 서방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걸---

진정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건--- 제쪽이었습니다.

 

잠깐! 딱 두 가지만 말할게.

첫째---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결정해.

둘째--- 너 근신 허락 못 해.

물론 나한테 거짓말하고 감히 날 시험했던 건 근신 100년 감이지만,

암만 생각해도 그 놈은 의심받을만 했어.

3년 내내 구박하다 박씨부인이 허물을 벗자 합방한 걸 보면,

박씨부인이 남편을 의심하고 시험할만 했다구.

하지만--- 만약--- 사실은---

이미 그 전부터 아내를 좋아하게 돼버려서 더 이상 외모따윈 추하든 예쁘든 상관이 없었는데---

단지 억울하게 고백할 타이밍을 놓친 것뿐이라면 어떨까---

박무연--- 네가 가면을 벗기 전에 해두고 싶은 말이 있어.

억울해지기 전에---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실은---

 

무연이--- 나타난 것 같아.

알아.

알 수 있었다구? 대체 어떻게--- 너, 무연이 얼굴 본 적 없잖아.

그냥--- 알 수 있었어. 그 녀석--- 대체 그 교복 차림은 뭐냐구---

 

서방님--- 첫눈에 알아봐주셨어---

 

시준이 녀석--- 무연이가 곤란한 걸 제일 먼저 눈치채고 달려 나가다니---

못 말리게--- 빠져버린 거야---

 

어떤 촌뜨기인가 했는데--- 이건---

보통 아이가 아니야--- 요물이야--- 저런 애를 시준이 곁에 둔다면 둘 중에 하나야.

우리 시준이를 대성하게 만들던가--- 아니면 아예 망하게 만들던가---

 

하이힐 신고 무리하지 말고, 이제부턴 너답게 하라구.

넌 굳이 다른 애들처럼 할 필요없다구.

그냥 원래 네 모습으로도 다른 사람이나 외할아버지 맘을 움직일 수 있을 거야.

---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이제 곧 사람들 앞에서 정식으로 부부의 가약을 맺을 터인데---

정말로 마음의 준비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일찍 결혼했다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서방님?

 

난 다시 태어나도 너랑 결혼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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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버전 박씨부인전--- 재미있다!

 

[박씨전]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박씨부인전〉이라고도 한다.

 

박씨 부인이라는 가공인물을 이시백·임경업 같은 역사적 인물과 함께 등장시켜

초인간적 활약을 그린 역사군담소설이다.

〈박씨부인전〉·〈명월부인전明月夫人傳〉이라는 표제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인조 때 이득춘이라는 사람이 늦도록 자식이 없어 금강산 명월암에 가서 기도를 하여 이시백을 낳았다.

금강산에 살던 박처사가 찾아와 청혼을 하여 이시백을 박씨와 혼인시켰다.

첫날밤에 이시백이 박씨가 아주 못생겼음을 보고 실망하여 돌보지 않자

박씨는 후원에 피화당을 지어 홀로 지냈다.

박씨는 시아버지가 급히 입어야 할 조복(朝服)을 하룻밤 사이에 짓는가 하면,

비루먹은 말을 싸게 사서 3년 뒤 비싸게 팔아 재산을 늘리기도 하고,

백옥연적(白玉硯滴)을 주어 이시백을 장원급제하도록 하는 등 비범한 재주를 보였다.

그뒤 박씨의 액운이 다하자 박처사가 허물을 벗겨주니 절세미인으로 변하여,

온가족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때 이시백은 임경업과 함께 명나라를 도와 가달(可達)의 난을 평정했으나,

이번에는 다시 호왕(胡王)이 조선을 침범하려 했다.

호왕은 공주를 설중매(雪中梅)라는 기생으로 변장시켜 보내어 임경업과 이시백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이를 알아차린 박씨가 그녀를 본국으로 쫓아보낸다.

그러자 호왕은 용골대(龍骨大) 형제에게 군사를 주어 조선을 치게 한다.

박씨는 이 변란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임금을 남한산성으로 피신시키고,

많은 부녀자들을 자신이 거처하고 있던 피화당에 모이게 하여 화를 면하게 한다.

이에 용홀대(龍忽大)가 피화당에 침입했다가 오히려 죽음을 당하고,

동생의 복수를 하려던 용골대마저도 박씨의 도술에 쫓겨 본국으로 돌아갔다.

박씨는 난이 끝난 뒤 충렬부인에 봉해졌다.


이본에 따라 내용은 조금 차이가 있으나

추녀 박씨가 허물을 벗는 전반부와 병자호란 때 활약을 하는 후반부로 크게 나뉜다.

이 때문에 〈이시백전〉과〈박씨부인전〉이라는 2편의 소설이 결합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임진록 壬辰錄〉과 함께 이 작품에는 임진·병자의 양란을 통해 겪었던 고통을

허구를 통해서나마 극복하고자 했던 뜻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씨의 영웅적 활약은 여성들이 가부장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욕구를 담고 있는

여성영웅소설의 모태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음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