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에덴의 꽃

2008. 7. 9. 09:49

화재로 양친을 잃은 이래로 절망적인 슬픔과 고독을 안고 살아온 미도리.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도코타워로 향하던 도중, 한 남자를 만난다.

13년 전, 생이별한 오빠 도키오인 줄도 모른 채---

찢겨진 두 영혼이 하나가 된다.

아무도 본 적 없는 낙원을 찾기 위해---

20세기 마지막 사랑의 전설이 지금 조용히 막을 올린다.

 

 

 

좋아하는 색은 너.

좋아하는 노래는 너.

좋아하는 꽃은 너.

언제까지나 곁에서 피어 있어줘.

 

오빠---

응?

나, 난 지금까지 너무나 나쁜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가슴 속 여기에, 꺼지지 않는 빛이 있어.

뭐?

그건 아마도, 반드시, 반드시 행복해지겠다는 마음일 거야.

이런식으로 지켜준 사람이 오빠야.

너무나 괴로워서,

그 빛이 꺼져버릴 것 같을 때---

이렇게, 이렇게, 이런 식으로 지켜준 사람이 오빠야.

지켜줬으니까,

이제 작은 바람쯤에는 꺼지지 않을 정도가 됐어.

오빠 안에,

살며시 품고 있는 어떤 빛이 있다면,

이번엔 내가 지켜줄 테니까,

자유로워져도 괜찮아.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마.

빼앗고 싶어져!

 

억누르자.

억누를 수 있어.

이런 마음은.

안 그러면 함께 있을 수 없어.

 

미도리는 그런 생각 안해?

도키오 형과 서로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이라든가.

뭐? 요시타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우린 남매야! 그런 생각한 적 없어.

왜 생각한 적 없어?

진짜 남매도 아닌데.

내게는 이미 그 형은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미도리, 나도 네가 도키오 형과 사랑하는 그런 상상을 해봐도

역시 나와 있는 게 제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래.

 

왜,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말 안했으면 이대로, 이대로 계속---

 

넘쳐흐르고 있어.

마법이 풀린 것처럼.

 

너무해.

깨닫고 싶지 않았는데.

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는데.

 

확실하게 지고 싶었어.

같은 위치에 서서, 그 사람에게 지고 싶었어.

하하, 난 바본가봐.

하지만, 질투만 하는 한심한 꼴로 미도리 곁에 있는 게, 난 싫었어.

다시는 지지 않을 거야.

반드시 변할 거야.

안녕, 미도리. 가줘.

다른 데로 가.

 

오빠, 난 앞으로 평생 동안 아무와도 데이트 못해도 괜찮아.

미도리, 난 너의 오빠이고, 보호자야.

네가 동생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정말 그 뿐이야.

그러니까 날 좋아한다고 하면 곤란해.

 

오빠를 너무 좋아해서

이젠 거짓으로도 동생으로는 있을 수 없어.

안녕, 오빠.

진짜로 자유롭게 살길 바랄게.

 

하지마.

안녕이란 말은.

전부 얘기할 테니까.

 

오빠 노릇은 이제 끝이야.

돌아가겠어.

 

미도리에게.

열쇠를 동봉한다.

앞으론 잊고 나가지 마.

미도리는 기숙사에 들어가겠지만,

내 일본 계좌의 예금이 남아있는 한 그 집은 계속 빌릴 생각이야.

고향집이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써.

어째서인지 나에게 고향집은 낙원의 이미지야. 

아무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그런 건 이미 어디에도 없다는 건 알아.

과거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뿐이겠지.

부모님과 미도리와 함께 살던 어린 시절이

줄곧 나에게는 낙원이었어.

 

하지만 찾지 않을 수 없었어.

이제 헤어지지만,

미도리를 만나서 다행이야.

 

그 집에서 지낸 너와의 날들이

나의 새로운 낙원이었어.

 

그후---

이젠 보호자는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