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의 신부 6
水調歌頭
소동파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던가.
술잔을 들어 하늘에 물어본다.
천상의 궁궐에선
오늘 밤이 어느 해에 속하는가.
바람 타고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경루에 선경도 두렵기만 하고
저 높은 곳 추울까 두려워라.
일어나 춤을 추며 맑은 그림자를 희롱하니
인간세상에 어찌 이런 곳 있으랴.
붉은 누각 돌아 비단문에 내렸으니
달빛에 잠을 이룰 수 없네.
달님은 나하고 원한도 없으련만
어이하여 이별할 땐 둥근 걸까.
인간에겐 이별의 슬픔과 만남의 기쁨이 있고
달에겐 밝고 어둡고 둥글고 이지러짐 있으니
이는 예로부터 완전하기 어려워라.
내 다만 바라는 건 단지 그대가 오래도록 살아
천리 먼 곳에서라도 저 달과 함께 하기를.
이 사는 본디 동파(東坡)라는 호(號)로 더 잘 알려진 송(宋)나라 소식(蘇軾)이 지은 < 수조가두(水調歌頭) >라는 사(詞)이다. 시인이 팔월 한가위날 멀리 떨어져 있는 동생을 그리면서 쓴 '중추사'로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마흔 한 살이 된 시인은 이십여 년 간 벼슬길에서 헤매다 보니 처자는 돌아가고 동생과 오붓이 모여살 틈이 없었다. 무거운 심정으로 침울해진 시인은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나 하늘에 올라 자기의 이상을 추구하려 하나 인간세상과 마찬가지로 냉혹할까 저어하며 그런 엄두도 못낸다.
뒷부분은 달에 대한 묘사로부터 자기의 아우 자유(子由)와 헤어져 있게 된 것에 대한 감회를 적고 있다. 그는 인생의 기구한 운명을 완전하지 못하다는 말로써 위안하고 있다. 작품 가운데 작자의 모순된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로 마음이 밝고 적극적이고 낙관적이다. 이별의 정한을 격조있게 묘사하면서도 자신의 인생관, 세계관을 비교적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다음카페 "숙대중국문학사A+ 참조)
후예도, 하백도 아닌
이 사람의 손을--- 이 손을 잡아 버렸어.
항상 날 힘들게만 하고,
다정한 말 한 마디 해주지 않는 사람인데---
후예의 말대로 난 정말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이건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한 일이야.
달빛 때문이었을까?
아까 무이의 얼굴이 너무 슬퍼 보였어.
'시자(尸子)'에는,
하백의 모습을 풍류를 알고
흰 얼굴에 큰 키를 지닌 미남이라고 했다.
그가 본래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는
북해의 능어처럼 하반신이 물고기의 형태를 띤다고 한다.
사람은 천일을 좋은 사람이 없고,
꽃은 백일을 붉지 않다는 말처럼
수신의 수성은 수시로 변하여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제물을 바쳐 제사를 지냈다.
소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지켜줄게.
나와 혼인해주겠어?
글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넌 낙빈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잖아, 무이.
게다가 그런 모습으론 더 어렵지 않을까?
--- 분하지만 그의 말이 맞아.
이런 모습으론
그녀를 지켜주긴커녕
내 자신조차 지킬 수 없어.
낮 동안엔 힘을 거의 쓰지 못하는 데다,
지금은 황제의 독에 중독까지 되어 있는 상태.
게다가--- 소아에게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일 순 없잖아?
유약한 어린 모습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한탄하는 하백.
그의 곁에 곤히 잠들어있는 소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자신의 처지를 움켜쥐는 무이.
사라져버린 무이을 찾아나섰다가 위험에 처한 소아와,
소아를 피해 있다가 다시 쓰러진 하백을
서쪽숲의 주인인 바람의 신, 방천군 비렴이 구한다.
수신까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내가 꽤나 유명한가 보군!
황제에게 대항하다 쫓겨난 불쌍한 녀석이라고들 하더군.
그 상처는 황제에게 당한 건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행복해지고 싶다면 말야.
소아!
아--- 요희.
무이랑 함께 돌아왔다며? 정말 잘 돌아왔어.
이제 하백의 신부인 네가 돌아왔으니, 그 여자가 설치고 다니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될 테지.
왠지 정말로 기분이 나쁘단 말야, 그 여잔!
반왕이 황제폐하의 전갈이라며 서신을 가지고 왔다.
황제의 궁으로 수신 하백을 초대함.
그리고--- 꼭 '하백의 신부'와 함께 올 것.
누구라고 특별히 지목하지 않았다는 건, 결정하라는 건가?
둘 중 하나를.
누가 진짜 '하백의 신부'인지---
하백은 황제국으로 누굴 데려갈까?
당연히 소아일 거야, 그렇지?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 바보야! 그렇게 무른 생각으로 그 여잘 어떻게 상대할 거야!
자, 같이 가서 하백에게 직접 물어보자.
어리버리하게 굴다가 요희에게 야단 맞는 소아.
요희, 미안---
나는 이미 무이를 선택했어.
차라리 하백이 그녀를 선택한다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아.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한 거지?
나는
하백이 아닌,
무이를 좋아하는데---
뭘 보고 있는 거지? 또 뭘 꾸미고 있는지 몰라도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지금이야 하백이 널 봐주고 있지만, 지나치면 미움받게 될 테니까.
기억나요, 무라?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은 변함없군요.
그때도 당신은 우리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잖아?
그러니 당신은 불평할 자격이 없어.
미움받는 게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난 차라리 미움받는 쪽을 택하겠어.
소아---
무이! 깜짝 놀랐잖아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예요?
혹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
어젯밤--- 그 일을 겪고 나선 너무나 무서웠는데---
신기하게도--- 무이의 얼굴을 보니 모든 게 다 잊혀지는 것 같아.
어젯밤의 침입자도, 하백에 대한 미안함도,
황제의 초대장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소아, 한 가지만 약속해줘.
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날 믿어주겠다고.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지? 밤에만 만나야 하는 이유라니?
흥, 멍청한 건지, 아니면 그런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사실은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거 아냐?
앞에서는 혼자서만 순진한 척,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는,
뒤로는 엉큼하게도 하백과 무이 양쪽 다 가지려 하고 있잖아.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어보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
그게 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는 건 나도 알 수 있어.
진실을 알기가 두려워서 계속 피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야.
저 여자의 말처럼---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사실과 마주치게 될까 두려워,
계속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걸까?
이런~ 내 말 때문에 아가씨가 뭔가 오해한 모양인데, 어쩌지? 무이?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더 이상 까불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녀는 내 역린(逆鱗)이다.
선을 넘는다면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어.
지금까지 네 행동들을 봐준 건 동정심이지, 다른 어떤 이유도 아니야.
역린(逆鱗) : 逆 : 거스를 역, 鱗 : 비늘 린
[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篇)]에 나오는 말이다.
용(龍)이라는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도 있지만, 그의 목 아래에 있는 직경 한 자쯤 되는 역린, 즉 다른 비늘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임금도 역린이 있어 말하는 사람이 이 역린만 건드리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임금을 용에 비유한 말이다.
소아가 하백의 역린(상대의 약점으로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무엇! 언젠가 태을진인이 말했지. 소아는 하백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그런 맥락에서 보면 되고.)이라면 낙빈은?
두고봐.
그 말 후회하게 될 거야, 하백.
내가 받은 수모, 모욕, 그대로 되돌려주겠어.
왜 그래, 하백?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낮에는 힘이 약해진다더니, 정말인 모양이네.
솔직히 너무 쉬워서 재미없는 걸?
너--- 대체 무슨 짓을---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하백.
푹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나 그 얼굴엔 약한 모양이네요.
약의 힘을 빌렸다고는 해도, 하백을 이렇게 쉽게 손에 넣다니.
그래서 어쩔 셈입니까?
무라의 약초는 그 효험이 제법 좋은 편이지.
그녀의 약초들 중에는,
상대에게 먹이면 처음 본 상대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들이 있어.
(정말로 그런 약초가 있을까?)
하백!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황제국에 갈 신부를 정했다는 게 정말이야?
요희--- 그게 무슨 소리야?
나의 신부는 낙빈이니까, 함께 가는 게 당연하잖아.
낙빈이라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신 차려, 하백! 네 신부는 소아잖아!
소아? 그건 누구지?
무이--- 여기로 오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당신이 그랬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믿어달라고.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에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에, 인간을 하찮은 존재쯤으로밖에 보지 않죠.
게다가 낙빈밖에 모르는 바보 같은 신이에요.
하지만--- 그걸 다 알면서도 당신이 좋아요.
낙빈 대신이어도 좋을 만큼, 당신을 좋아한다구요.
소아의 손을 잡아채는 무이.
이게 무슨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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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참~ 좋은데 스토리의 짜임새가 빈약해짐을 느낀다.
아닌가?
이런 작품은 좀더 욕심이 생겨서 깊이를 원하게 된다.
소동파의 '수조가두'에 곡을 붙인 것을 등려군의 노래로 들으면서
하백과 소아의 안타까운 사랑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