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2
있잖아, 나나.
우리가 처음 만난 거 기억해?
난 운명 같은 거 무조건 믿어 버리는 족속이잖아.
이것도 틀림없이 운명이라고 생각해.
웃어도 할 수 없어.
쇼우지가 도쿄에 있는 미대에 합격했다.
빨리 만나고 싶어, 쇼우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거의 가출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을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고 해요.
아무튼 도쿄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기뻐서,
제 마음은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도쿄 하늘 아래서 매일 쇼우지를 만날 수 있는 거야.
우리 건배하자.
그거 좋다. 동갑내가 여자가 같은 기차에서 같은 시간에 상경한다.
이런 우연은 보기 드물지. 그거랑 한 가지 더.
나도 나나라고 해, 나나.
나나, 우리가 처음 만난 거 기억해?
집을 구하러 갔다.
아무리 꿈만 먹고 사는 나라도,
이름밖에 모르는 그 여자애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있잖아, 나나---
그 강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수면을 물들이는 햇살을 봤지?
그때, 입으로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다시 한 번 들려 줘.
막 상경한 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쇼우지하고 계속 연인 사이로 지낼 수 있을지,
불안한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나와 함께 살기로 한 일에 대해선,
희한하게도 불안감이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무래도 잘 표현할 수 없지만.
비비안 웨스트우드,
피스톨즈,
세븐스타,
밀크를 넣은 커피와 딸기를 얹은 케익,
그리고 연꽃.
나나가 좋아하는 건 늘 한결 같아서
변덕쟁이인 내겐 그런 것들이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야스라고 하는 그 스키헤드 변호사를, 난 틀림없는 나나의 연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나는 딱 잘라서 부인해 버렸습니다.
침대랑 이불이 도착했는데도,
나나는 스토브 옆에서 모포 한 장만 덮은 채 자고 있었습니다.
있잖아, 나나.
나나는 제멋대로인 들고양이 같아서 긍지가 높고 자유롭지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는 거지?
촐랑대는 난--- 그것조차 멋지다고 생각했어.
그게 어느 정도의 고통인지도 모른 채---
나나의 팔에는 붉은 연꽃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때는 당연히 알 리가 없었습니다.
도쿄에 오고 난 뒤로 좋은 일 뿐인 걸.
왠지 기분이 좋아져, 라기 보담---
나나랑 있으면 즐거운 일 뿐이야.
이상하지?
취미나 셩격 같은 게 전혀 다른데도,
마음이 맞는다는 게 이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