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신사동맹크로스 / 하이네

2008. 5. 26. 11:40

 

너도 참 못 말리겠다.

시즈마사 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안 돼.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아.

만나봤자 네 마음만 다칠 뿐이다.

네가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을 테니까, 얌전히 돌아가도록 해.

너는 그냥 학원 안에서 조용히 그분 곁에 있으면 되는 거야.

 

그래요.

저는 분명 아무 일도 못 할지 몰라요.

하지만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지금 내가 아는 건--- 오직 하나.

제가 지금 포기해버리면 그 사람은 또 다시 남을 믿지 못하게 되겠죠.

그러니까 만나야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정말 못 말리겠구나.

그런 겸허한 마음가짐이어서야, 원.

좀더 강인하게 그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주지 않으면 곤란해.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사랑이니까.

 

여긴 뭐하러 온거냐?

고백할 게 있어서 왔어요.

시즈마사 님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은 지금도 저의 소중한 보물이에요.

핫! 그 책은 내가 그린---

제 사랑의 시작이에요.

당신을 좋아해요.

그날 이후로도 쭈욱--- 당신의 엄격함과 상냥함을 알게 될 때마다 더더욱---

하이네, 미안해.

상처주는 얘기만 해서--- 고마워.

 

이 녀석은 한결같구나.

시즈마사의 그림자가 된 그날부터,

이름도 지워지고, 줄곧 이 그림책을 그렸다는 사실도 잊으란 말을 들어왔어.

내게서 모든 걸 빼앗아간 시즈마사가 증오스러워서

시즈마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망쳐놓겠다니---

어리석은 짓도 정도가 있지.

나는 상당히 뒤틀린 인간이야---

그래도 하이네 님이 한결같이 사모하고 계셨던 분은 당신입니다.

그렇구나.

 

너는 너다.

그림책을 그린 사람도 네가 아니라 시즈마사다

그렇게 밝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고등부를 졸업할 때까지뿐.

게다가 여차하면 할아버님이 뭐라고 하셨든 상관없이

언제라도 내가 황제로서 학원에 갈 수도 있으니까,

자만하지 마라.

그래---

 

하이네 님이 사모하시는 분은 당신이에요.

당신의 그림책을 지금까지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습니까?

진정한 당신을 찾아내준 둘도 없이 소중한 분이라고요!

손을 잡으면 하이네 님은 반드시 마주보고 웃어줄거예요. 타---

부르지 마! 토야

부르지 마라. 이미 옛날에 버린 이름이니까.

나는 토구 시즈마사다.

시즈마사로서 살아가며 그의 그림자가 될 거다.

하이네가 좋아하게 된 건 그림책을 그린 나야.

하지만 그날, 그 녀석을 어두운 밤에서 구해낸 것은 분명히 시즈마사다.

진실을 밝힐 수는 없어.

내 존재 따윈 몰라도 상관없어.

그 녀석이 괴로워하길 원치 않아. 더 이상 상처주고 싶지 않아.

하이네, 작은 조각에 불과할지라도 그림책 안에 있는 나 자신을 찾아내주었지.

나는 그거면 충분해.

언젠가 돌려줘야 할 그 녀석의 플라티나다.

하이네는 시즈마사의 것이야.

 

고백에 답해주진 않았지만, 가짜 애인이라는 사실도 변함없지만

괜찮아. 이렇게 천천히--- 우리 둘 사이가

서서히 채워져 간다면.

시즈마사 님은 다정해지셨어.

하--- 하나만 가르쳐 주세요. 제가 아직, 아직도 싫으신가요?

그럴 리 없잖아.

좋아하는 마음이 더욱더 강해져만 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리가 없어.

 

 

진짜 시즈마사가 학원 문화제에 나타났다.

그 정도로 해둬라, 키리아키.

토야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그치?

잘못은--- 그림자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한 나에게 있지.

하이네를 플라티나로 삼아서 나에게 이겼다고 생각한 거냐?

그때, 하이네가 찾아오고---

갑자기 다정해진 시즈마사--- (왠지 한 순간  위화감이---)

왠일이야? 볼에다 쪽 했어. 진짜 애인 사이 같아~

 

내가 미운가?

별로.

하이네가 좋아졌어?

누가 저딴 여자를.

짜악~ 끌고 가서 지하실로 돌려보내.

가짜야. 자만하지 마라. 나야말로 진짜 토구 시즈마사!

내가 진정한 황제니까.

 

또--- 울고 있구나.

저는---시즈마사 님이 되고 싶었어요.

강인하고, 다정한.

시즈마사 님과 나란히 걷고 싶어서--- 함께 있어도 부끄럽지 않도록,

시즈마사 님처럼 강해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질 못해서 죄송해요.

그런 말 하지 말고 좀 더 나를 뒤쫓아와줘.

언제나 한결 같은 하이네--- 네가 좋아.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그런 말 쉽게 하지 마시라고요!

--- 오늘 시즈마사 님은 평소랑 다른 것 같아요. 마치 그 눈 오던 밤이랑 비슷해요---

 

시즈마사 님--- 어제보다, 오늘보다, 내일보다,

마음이 분명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게 맞지요?

강해지고 싶어.

언젠가 시즈마사 님의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다시 대역으로 등장한 가짜 시즈마사는 진짜 시즈마사와 하이네의 키스 사진이 실린 학원신문을 보고 경악한다.

어제 있었던 일은 전부 잊어버려!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그건 단순한 변덕이었어. 귀신한테 홀린 거라고!

싫어요--- 죽어도 싫어요! 절대 안 잊어버릴 거예요.

시즈마사 님은 한순간의 변덕이었어도 저한텐 소중한 추억이라구요.

(다시 떠올리며) 그렇다면 플라티나 역을 그만둬.

나를 거역하는 가짜 애인 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당장 나가!

 

플라티나를 그만두라고 한 건 시즈의 본심이 아니니까,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라.

인정하긴 싫지만 네가 오고부터 시즈는 부드러워졌어.

내가 시즈를 피해 다녔을 때 시즈가 나한테 섭섭하다고 했다구.

외로워서 섭섭함을 느꼈다는 건, 외롭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지.

그런 감정은 네가 준 게 아닐까?

고마워--- 마구리.

 

기운이 없구나--- 뭐, 당연한 건가?

어째서 이렇게 돼버렸는지 모르겠거든요.

마음이 아플 때는 바람만 불어도 상처가 생기니까 그냥 덮어둬도 돼.

괜찮아, 내가 함께 있잖니.

우체부 오빠---

 

하하--- 학원신문? 걸작이로군.

그 녀석도 봤겠지?

예에--- 오토미야 하이네는 플라티나를 그만두게 되었지요.

그래. 그래서 걸작이라고 한 거야. 녀석이라면 그렇게 할 줄 알았거든.

 

스스로 상처 입히는 게 그렇게 즐겁습니까?

응.

그 애가 불쌍하군요.

불쌍하다--- 라. 맞는 말이야.

남들이 보기엔 하이네는 나의 변덕에 그저 휘둘리고 있을 뿐이니까.

하이네, 또 다른 나에게 모진 소리를 듣고 또 울고 있을까?

미안--- 미안해--- 하이네.

 

하이네가 괴로워하길 원치 않아.

그래.

더 이상 상처주고 싶지 않아.

알아.

하이네는 시즈마사의 것이야.

맞는 말이야.

언젠가 돌려줘야 할 그 녀석의 플라티나다.

나도 그럴 셈이었어.

그런데---

그랬는데---

왜, 내 앞에 나타난 거냐.

왜, 내 그림책을 좋아한다고 말한 거냐.

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