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DVD / 땀이는 인도로 간다.

2008. 4. 30. 08:45

 

비누는 너무 아름다워---

만약에 비너스가 남자였다면--- 그 이름은 분명히---

비누였을 거야.

비누야, 널 사랑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땀이가 비누의 잠든 얼굴을 찬찬히 바라본다.

뭐 하는 거야?

아냐---

탁! 키스하려고 했지?

아--- 아냐. 비누는 그런 거 싫어하잖아. TV에서도 키스신 나오면 딴 데 튼다며.

맞아. 난 키스는 좀 더럽다고 생각해. 그래서 안 해.

어떤 여자든, 내가 아주 미칠 만큼 사랑에 빠지지 않는 한은--- 절대로 안 해.

이 말이 무색하게 곧장 땀이를 끌어다가 키스를 하는 비누.

 

디디야, 근데--- 너네 큰아버지랑 아버지--- 진짜 쌍둥이 맞아?

뭔 소리야? 봤잖아. 둘이 똑같이 생긴 거.

그러니까--- 그게 너무 똑같아서---혹시 너네 아버지가 1인2역 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어?

우리 아빠가 그럼, 낮에는 목사님이고 밤에는 나이트사장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뭐하러 그러겠냐?

글쎄--- 아마 널 보고 싶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비누도, 디디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준다.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가서---

그래--- 내가 환상이라는 건 너무 슬프지만--- 비누를 사랑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을지도 몰라.

 

너--- 아까 있었던 일--- 잊어버려.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실수 한 거야.

 

어느 날---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 머리 좋은 꼬마 비누는

아담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이름을

디디라 짓는다.

전능자 비누는 아담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따분한 세상에선 볼 수 없었던

신나는 이미지로 가득한 세계.

그리고 아담의 상상력을 빌어 이브를 만든다.

그런데 이브는---

아담이 아닌--- 신을 사랑하게 된다.

비누가 신이라면서--- 배신할 수 있어?

신을--- 떠나도 괜찮아?

땀이야.

네가--- 내 신이 돼줄래?

신이 되면--- 행복해져?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럼 그냥 들어가자.

디디는 비누를 배신 못해.

역시 그럴까?

응.

 

비누답지 않아.

저런 꿀꿀한 얘기를 만들어내다니---

그래서 그 아이는 떠났던 게 아닐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누를 위해서.

 

처음부터--- 디디를 사랑했으면 좋았을 텐데---

디디야, 난 왜 몰랐을까?

뭘?

내가 환상이라는 거---!!

원래 환상은 자기가 환상인 걸 몰라. 누가 말해주기 전까진.

그럼 그 여자애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내가 말해준 거야. 비누한테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그럼, 디디는? 비누가 말해줘서 알게 된 거야?

 

역시 떠나야 하는 거라면---

정말 내가---

떠나야만 하는 거라면---

난 이제--- 뭐부터 해야 하는 거지?

깜빡--- 잊을 뻔 했네---

분무기는 어딨어요?

땀이는 비누가 생일선물로 분무기를 받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생일--- 못 챙겨주고 떠나서--- 미안해---

 

세상이--- 온통 타일로 뒤덮혀 있으면 좋겠다---

우와! 햇볕이--- 엄청 눈부시네---

무지개를 만들기엔--- 딱 좋은 날씨다.

그 아이와 난 닮았으니까---

무지개가 뜨면--- 나도 떠날 수 있을 거야.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우선, 해를 등지고 서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칙칙! 엥? 왜 안 되지?

분무기가 후져서 그런가?

아니면--- 아직은--- 때가 아닌 건가?

 

비누가 커피를 타주면서 묻는다.

넌 왜--- 툭하면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무슨 일 있었어, 어제 저녁에?

아--- 아니.

너도--- 네모난 거 보면 마음이 안정돼?

사각형은 왠지 그래?

그래서 가슴 뛰는 일 있으면 화장실로 들어가지?

--- 그 아이도--- 그랬어?

난--- 세상이 온통 네모난 타일로 덮여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아무도 침입 못하고, 안전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러면 정말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애---

난 세상이 완전히 식빵껍질로 덮여 있었으면 좋겠어.

너무 질겨서--- 아무도 못 뚫고 들어올 거야.

풉! 정말 엉뚱해!

웃겨?

응---

근데 왜--- 울어?

비누야---나 도저히--- 너한테서---헤어나오질 못하겠어---

땀이야, 고개 좀 들어봐.

왜---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봐.

보여? 네 눈 옆에---

무지개야.

 

너, 오늘 어디 안 가지?

안 가.

--- 정말이지?

그럼. 걱정 말고 다녀와.

 

땀이 물건이 하나도 없어.

마치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이---

비누야, 설마 얘---

---

난 샌들 안 신어.

신지 말라고 사주는 거야.

신지도 않을 신발을--- 왜 사?

나랑 디디를 떠나게 될 때--- 그걸 신고 가.

만약에 어느 날--- 신발장에서 그 신발이 없어지면---

그땐--- 네가---

떠난 거라고 생각할게.

 

생각해보니--- 그 동안 나---정말로 행복했어--

난 이제---

무지개 너머 그곳으로 가, 비누야.

저, 아저씨,

이 버스--- 인도--- 가죠?

톡! 톡! 톡!

 

심땀! 이 바보야!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