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 땀이는 인도로 간다.
비누는 너무 아름다워---
만약에 비너스가 남자였다면--- 그 이름은 분명히---
비누였을 거야.
비누야, 널 사랑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땀이가 비누의 잠든 얼굴을 찬찬히 바라본다.
뭐 하는 거야?
아냐---
탁! 키스하려고 했지?
아--- 아냐. 비누는 그런 거 싫어하잖아. TV에서도 키스신 나오면 딴 데 튼다며.
맞아. 난 키스는 좀 더럽다고 생각해. 그래서 안 해.
어떤 여자든, 내가 아주 미칠 만큼 사랑에 빠지지 않는 한은--- 절대로 안 해.
이 말이 무색하게 곧장 땀이를 끌어다가 키스를 하는 비누.
디디야, 근데--- 너네 큰아버지랑 아버지--- 진짜 쌍둥이 맞아?
뭔 소리야? 봤잖아. 둘이 똑같이 생긴 거.
그러니까--- 그게 너무 똑같아서---혹시 너네 아버지가 1인2역 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어?
우리 아빠가 그럼, 낮에는 목사님이고 밤에는 나이트사장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뭐하러 그러겠냐?
글쎄--- 아마 널 보고 싶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비누도, 디디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준다.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가서---
그래--- 내가 환상이라는 건 너무 슬프지만--- 비누를 사랑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을지도 몰라.
너--- 아까 있었던 일--- 잊어버려.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실수 한 거야.
어느 날---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 머리 좋은 꼬마 비누는
아담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이름을
디디라 짓는다.
전능자 비누는 아담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따분한 세상에선 볼 수 없었던
신나는 이미지로 가득한 세계.
그리고 아담의 상상력을 빌어 이브를 만든다.
그런데 이브는---
아담이 아닌--- 신을 사랑하게 된다.
비누가 신이라면서--- 배신할 수 있어?
신을--- 떠나도 괜찮아?
땀이야.
네가--- 내 신이 돼줄래?
신이 되면--- 행복해져?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럼 그냥 들어가자.
디디는 비누를 배신 못해.
역시 그럴까?
응.
비누답지 않아.
저런 꿀꿀한 얘기를 만들어내다니---
그래서 그 아이는 떠났던 게 아닐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누를 위해서.
처음부터--- 디디를 사랑했으면 좋았을 텐데---
디디야, 난 왜 몰랐을까?
뭘?
내가 환상이라는 거---!!
원래 환상은 자기가 환상인 걸 몰라. 누가 말해주기 전까진.
그럼 그 여자애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내가 말해준 거야. 비누한테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그럼, 디디는? 비누가 말해줘서 알게 된 거야?
역시 떠나야 하는 거라면---
정말 내가---
떠나야만 하는 거라면---
난 이제--- 뭐부터 해야 하는 거지?
깜빡--- 잊을 뻔 했네---
분무기는 어딨어요?
땀이는 비누가 생일선물로 분무기를 받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생일--- 못 챙겨주고 떠나서--- 미안해---
세상이--- 온통 타일로 뒤덮혀 있으면 좋겠다---
우와! 햇볕이--- 엄청 눈부시네---
무지개를 만들기엔--- 딱 좋은 날씨다.
그 아이와 난 닮았으니까---
무지개가 뜨면--- 나도 떠날 수 있을 거야.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우선, 해를 등지고 서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칙칙! 엥? 왜 안 되지?
분무기가 후져서 그런가?
아니면--- 아직은--- 때가 아닌 건가?
비누가 커피를 타주면서 묻는다.
넌 왜--- 툭하면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무슨 일 있었어, 어제 저녁에?
아--- 아니.
너도--- 네모난 거 보면 마음이 안정돼?
사각형은 왠지 그래?
그래서 가슴 뛰는 일 있으면 화장실로 들어가지?
--- 그 아이도--- 그랬어?
난--- 세상이 온통 네모난 타일로 덮여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아무도 침입 못하고, 안전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러면 정말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애---
난 세상이 완전히 식빵껍질로 덮여 있었으면 좋겠어.
너무 질겨서--- 아무도 못 뚫고 들어올 거야.
풉! 정말 엉뚱해!
웃겨?
응---
근데 왜--- 울어?
비누야---나 도저히--- 너한테서---헤어나오질 못하겠어---
땀이야, 고개 좀 들어봐.
왜---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봐.
보여? 네 눈 옆에---
무지개야.
너, 오늘 어디 안 가지?
안 가.
--- 정말이지?
그럼. 걱정 말고 다녀와.
땀이 물건이 하나도 없어.
마치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이---
비누야, 설마 얘---
---
난 샌들 안 신어.
신지 말라고 사주는 거야.
신지도 않을 신발을--- 왜 사?
나랑 디디를 떠나게 될 때--- 그걸 신고 가.
만약에 어느 날--- 신발장에서 그 신발이 없어지면---
그땐--- 네가---
떠난 거라고 생각할게.
생각해보니--- 그 동안 나---정말로 행복했어--
난 이제---
무지개 너머 그곳으로 가, 비누야.
저, 아저씨,
이 버스--- 인도--- 가죠?
톡! 톡! 톡!
심땀! 이 바보야!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