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 땀이는 환상을 본다.
곽비누
나이 : 20세
키 : 185cm
몸무게 : 66kg
좋아하는 음식 : 시어 꼬부라진 김치와 사골국물에 끓인 떡라면
디제이 디디
나이 : 20세
키 : 186cm
몸무게 : 67kg
좋아하는 음식 : 새알심 단팥죽과 어리굴젓에 버무린 깍두기
심땀
나이 :18세
키 : 164cm
몸무게 : 45kg
좋아하는 음식 : 올리브 기름에 볶은 비에나 소시지와 레몬 식초에 절인 흰색 단무지
--- 안 올 거야.
소원대로 복수도 했겠다--- 우리한테 이젠 볼 일이 없나---
벌써 시간이 저렇게 됐는데
아직도 날 기다리고 있을까?
비누랑 디디,
그냥 집에 갔으면 어떻게 하지?
난 걔네들한테 말고는
갈 곳이 없는데.
가고 싶은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해---
나--- 걔네들 정말 좋아하나봐.
부엉아,
미안. 정말 안 되겠어.
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너 정말 멍청하구나.
진짜 모르는 거야?
네가 환상이 아니길 바라는 것일수록
진짜 환상이라는 걸?
나를 기다렸어.
3시간이나
한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비누랑 디디가
나를 기다려줬어,
너무 행복해.
비누랑 디디가 너무 좋아.
너무 완벽해.
현실이라고 하기엔
모든 게 너무 꿈만 같아.
근데 비누는 언제부터 그렇게 가슴 큰 거에 관심을 갖게 된 거야?
음--- 유치원 때
근데 아빠, 섹시한 게 뭐야?
예쁘다는 거랑 비슷한 건데--- 뭐랄까 약간 좀 다른---
그래! 그건 가슴이 크다는 뜻이야!
섹시한 게--- 가슴이 큰 거야?
이거 어때? 너 여름에 신어.
난 샌들 안 신어.
안 신는다니깐~
신지 말라고 사주는 거야.
그냥 가지고만 있어.
신지도 않을 신발을 왜 사?
나랑 디디를 떠나게 될 때 그걸 신고 가.
만약에 어느 날
신장에서 그 신발이 없어지면
네가 떠난 거라고 생각할게.
그러니까 절대로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마.
난 아까 네가 정말 가버렸는 줄 알았단 말야!
신지 말라고 사준 신발
영원히 신고 싶지 않은 신발
만약에
비누랑 디디가 환상이라면
이 방도, 이 집도, 이 아파트도
다 환상이라는 얘기겠지?
그건 말도 안 돼.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비누랑 디디를 너무 좋아하지 않도록---
비누가 옛날 여자를 만나러 나간다.
되게 화려한 여자네.
가슴도 크잖아!
기분이 이상해---
비누한테 여자친구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직접 보니까 이상해--- 너무 이상해!
땀이야, 우리 춤추자.
무--- 무슨 춤?
블루스!
나도 그 여자랑 다를 것도 없어.
나도---질투를 유발시키는 걸 좋아하나봐.
유치하게---
한심하게 사는 게--- 어떻게 하는 거야?
좋아, 있는 힘껏 뛰어봐!
이렇게? 쌩~
'쌩'이라니! 그게 아니야!
내가 뛰는 걸 잘 들어. 썅~
한심한 인생은 소리부터 다르다--- 그런 얘기지.
뭔 얘긴지--- 어쨌든 쉽지는 않겠네---
비누가 옛날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꾸몄다.
저게 레벨 10의 잘생김!!!
싫어--- 비누 저러는 거.
너무--- 딴 사람 같애.
20만원 때문에 저런 여자애한테 이용을 당하다니.
뭐? 곽비누가 돈 때문에 이용을 당한다고? 그 반대겠지!
넌 말야--- 비누에 대해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내가 조금만 더 용감하다면
나도 원더우먼 같은 슈퍼액션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다면
당장 뛰어가서 여자애를 집어 던지고
비누를 꽁꽁 묶어올 텐데---
이거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
비누가 나를 여자로서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내가 보는 앞에서 저런 짓을 할 수는 없어.
도저히 더는 못 보겠어.
나 먼저 갈래, 디디야.
디디는 내가 바본 줄 아나 봐.
방금 203호를 지나왔으니까, 다음 층이 303호.
어라? 303호가 없다---? 말도 안 돼! 환상?
환상을 없애려면 톡! 톡! 톡!
안 돼! 다 환상이면 어떻게 해--- 안 돼!
야! 대체 거기서 뭐해?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비누야-- 내가 왜 먼저 왔는지--- 정말 몰라?
왜--- 나한테 같이 살자고 했던 거야?
아무렇지 않게 옛날 여자 만나고 할 거면서.
나 보는 데서 아무렇지 않게 옛날 여자랑 손잡고 그럴 거면서---
디디가 엄청 진지해진다.
넌 디디랑 춤췄잖아!
같은 도발
변기 세정제
생일 선물로 이런 걸 사줘?
실용적이잖아. 작년엔 물먹는 하마 받았었어.
땀이는 나 고기 사줘.
어디 보자--- 홍두깨살이면 소 엉덩이네?
그냥 처음부터 소 엉덩이라고 하지, 왜 어려운 이름을 붙였나 몰라?
아롱사태는 소 허벅지구나~
소도 사람처럼 이름이 있을까?
불쌍하다. 인도에서 태어났으면 소도 일종의 신인데---
소들은 다 인도에 가고 싶겠다, 그치?
그때 버스에서 봤던 그 소도--- 무사히 인도까지 갔을까?
그곳에서--- 행복하겠지?
너무 좋아! 너무 좋아!
난 여자가 '보라빛향기' 부르는 거 보면 너무 좋아서 막 쭈뼛쭈뼛---
디디가 흥분했다.
못 듣겠어.
비누가 나가버린다.
비누가 왜 저러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너무 닮았단 생각 안 들어?
하긴--- 특히 노래 부르는 모습이 좀 많이 비슷해.
내가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사실을 알게 되면 땀이도 우릴 떠날 거야.
그 아이처럼.
그래, 그 아이처럼!
땀이야, 내 눈알 만지게 해줄까?
네 눈알을 내가 왜 만져? 아프잖아~
난--- 정말로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
그녀의 눈알을 만지게 해달라고 해볼 거야.
만약에 흔쾌히 '그래, 만져.'라고 한다면
그녀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야.
눈알은 약하고 민감하니까,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해야만 허락할 수 있거든.
그리고 그녀에게도 내 눈알을 만지게 해서, 내가 그녀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줄 거야.
해지는 바다에서 서로의 눈알을 만지며 사랑을 고백하는 디디와 그녀--- 사랑해!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
비누가 한 마디 거든다.
눈알 만지기는 너무 진도가 빠른 거니까, 그보다 약간 덜 위험한 귀파기.
만약에 흔쾌히 '그래, 파.'라고 말한다면, 그녀는 너를 사랑할 준비가 된 거야.
귓속은 잘못 찌르면 되게 아프니까,
신뢰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면 함부로 파도록 허락하지 못하겠지.
우리 이제 정식으로 사귈까?
너무 웃겨!
그럼, 이걸 발전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키스-- 귀파기-- 같이 자기-- 눈알 만지기
맞아.
눈알 만지기는 궁극의 사랑이야.
귀 파줄까?
뭐? 그게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은? '귀 파줄까'가 무슨 뜻이 있겠어?
되게 못됐다, 비누.
아까 디디랑 얘기할 때는 '귀 파줄까'가 '우리 정식으로 사귈까' 그런 뜻이라더니---
나보고 어떻게 대답하라고.
싫어? 싫으면 됐고.
싫은 게 아니라--- 비누라면 내 눈알을 만져도 돼!
너, 나를 그렇게 믿어?
나에 대해 뭘 알아?
비누에 대해 뭘 아냐고?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거---
그리고--- 너무 아름답다는 거---
그러는 비누는 나에 대해 뭘 아는데?
글쎄--- 네가 좋아하는 숫자를 맞혀볼까?
좋아, 동시에 144!
비누는 생일선물 뭐 받고 싶은데?
분무기.
분무기는 뭐 하게?
무지개 만들려고.
해를 등지고 서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무지개가 생기거든.
셋이--- 진짜 무지개를 봤다고 한다.
우리 셋? 나 말고 누구--- 전에 같이 살던 사람 있었어?
분명히 나한테 뭔가 감추는 게 있어. 비누가.
나비야?
응?
나한테 숨기고 싶은 게 뭔데?
무지개를 볼 때 거기에 누가 있었는데?
그리고 지금은 왜 없는데?
디디야, 비누는 어떤 사람이야?
그냥 일반적인 기준? 아니면 내 기준?
그냥 일반적인 기준으로.
한 마디로 '이상한 사람'이지.
그럼, 디디한테는?
나한테 비누는--- 신이야.
비누가 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숫자를 맞힌 건가?
아파트 화단의 꽃을 밤새 삽질해서 땀이에게 선물한 비누.
정신병자 짓 아닐까요?
그냥 꽃만 뽑아갔을면 덜 무서웠을 텐데, 그 자리에 대신 대파를 심어놨다는 게 왠지 기분 나빠.
꽃 고마워, 비누야. 이렇게 멋진 생일선물은 처음이야.
웬 생일선물?
생일선물로 준 거 아니었어? 그럼 이 꽃은 왜?
별걸 다 묻네.
남자가 여자한테 꽃을 줬는데--- 왜 준 걸까?
비누는 정말 모르겠어.
분명히 오라고 손짓하고선
내가 다가가면 금세 뒤로 물러나는 느낌.
비누를 좋아하고도--- 나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가슴이 너무 아파.
만약 내가 디디를 좋아하게 된다면
분명히 아주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디디는 정말 자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