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얼음요괴이야기 / 블러드와 카우젤

2008. 3. 17. 09:16

[얼음요괴이야기 21/22]

 

블러드가 죽은 줄 알고 괴로워하는 이슈카는 사원에 감금된 채로 누구도 만나기를 거부한다.

내 탓이야! 블러드가 그렇게 돼버린 것도. 내가 내 멋대로 믿었던 거야!

블러드는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애도 블러드를 죽이지 않을 거야, 라고. 

난 아무 것도 몰랐던 것뿐이었어---

블러드는 알고 있었으면서 삥 둘러서 얘기해준 거야.

블러드는 정말 다정해.

블러드, 나는 정말로, 정말로 좋아했어!---

사람은 소중한 걸 빼앗기면 이렇게 된다는 걸 생각 못했어---

정말 더러운 건 바로 나야! 이게 바로 본성이겠지.---

이제 믿었던 사람은 없어. 내 모든 것이었던 사람은 없다구! 이제 모두 끝나 버렸어. 

어둠을 부르는 이슈카, 순간 이슈카의 눈물에서 떨어져나와서 조각조각 부서지는 것들.

 

그리고 움직이는 심장.

심장이 뛴다.

쓸모없는 심장이 뛴다.

모든 게 되돌아왔다. 블러드가 없었던 그때로.

생각하면 할수록,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

믿을 수 없어. 블러드가 죽어야만 했다는 게. 용서할 수 없어.

이제 생각한다. 요괴라는 건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사람이 누군가에게 미치는 순간을 보여주겠어.

그 순간, 이슈카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검은 파편들.

 

누굴까?

그때 그 아이--- 아이가 웃는다. 소중한 사람의 미소와 닮은 아이의 웃음.

그 아이가 카우젤이 조종하는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나타나서 웃어주었다.

변할 수 있나보다.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독이, 마음의 독이라면 분명 그건 마음의 힘으로 없앨 수 있다.

독을 없애는 방법은 알고 있어.

언제나 아이처럼 웃었던 블러드의 미소!

그래! 블러드가 지켜준 목숨을, 사람을 저주하는 더러운 일에 쓰면 안 된다.

난 블러드가 자랑스러워하는 인간으로 남고 싶어.

블러드가 믿어준다면 멋지게 살아볼거야!

 

요괴의 힘에 이끌렸던 것을 느낀 아마시는 혼란에 빠진다.

이 손은 확실히 그거와 서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왜지? 답은 알고 있다. 똑바로 보고 싶지 않아.

난 요괴가 아니야. 쭉 사원에서 키워진---

그런데, 왜 저 두 사람은 항상 그렇게 자신이 있는 걸까? 자신들에게.

인간도 아니면서, 틀렸으면서도, 마치 그쪽이 옳은 것처럼.

 

카우젤의 몸으로 들어간 블러드를 보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영감, 부탁이 있어. 날 사원에 데려가줘!

이슈카가 있어. 지금 사원에. 아마시라는 놈한테 끌려갔어.

일단 사원 안은 안전하지만 흑거미가 온다. 꼭 올 거야. 이슈카를 빼앗으러.

날 좀 도와줘. 사원의 도움이 필요해.

부탁이야! 놈을 사원에 봉인한다.

 

이슈카, 지금 바로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이슈카, 네가 없었다면 난 아마도 빈껍데기였을 거야.

녀석들에 대해서도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야. 네가 전부 가르쳐주었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도, 누군가가 날 좋아하게 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자신의 더러움도, 약하다는 것도, 그건 당연한 거고,

멋대로라고 해도, 모두 말하면 되는 거야.

네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 좋은 거야.

더럽다고, 울었다고, 다른 사람을 싫어하고, 증오해도

그것도 언젠가, 넌 너무도 착하니까

다른 사람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을 테니까 말야.

그게 좋은 거야! 그것만으로 분명 좋은 거야.

내가 웃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이슈카, 만약 스스로의 어둠에 갇히는 일이 있다 해도 날 기억해줘. 

널 보고 있으면 잘 자란 사람 같아.

이슈카, 내 말이 닿을 수 있도록

네 말이 날 지켜주는 것처럼

내 말이 널 지켜줄 수 있도록.

 

블러드가 카우젤의 몸체에 들어간 채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슈카는 고맙고 기쁘다.

블러드, 블러드--- 날 의지해줘서 고마워. 보호만 받는 나로 취급해주지 않아서 고마워.

믿어줘서 고마워. 나도 할 거야! 둘이서 하자. 그 사람을 봉인하자!

기다려, 이슈카. 이제 곧이야. 놈을 봉인하자. 둘이서!!

 

목적이 같다면, 자신을 믿어준다면 검은 요괴를 봉인하는 걸 도와줬으면 한다.

사원을 모두 버려줘.

사원 사람들을 설득하는 라우글스님.

우리는 검은 요괴를 봉인해야만 해!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한 결계가 필요해.

결계라면 있어. 사원이다! 사원이 지금 남아있는 최후의 큰 결계다.

사원에 검은 요괴를 봉인한다!

우리에게는 금빛요괴가 있어. 그리고 또 한 사람! 보석의 소년이 있다!

그들이 검은 요괴를 봉인하고, 사원을 살려줄 것이다.

 

사원과 이슈카, 블러드와 요괴들이 단결했다.

검은 요괴 카우젤을 봉인시키려고.

카우젤의 몸을 한 블러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염려하는 이슈카 앞에 블러드가 잠시 나타났다.

블러드, 저기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테니까 믿어줘. 지켜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 잘 부탁한다.

손이 만져지진 않지만 닿아 있어.

보이지 않아도 이어져 있으니까 괜찮아, 우린.

 

블러드의 몸으로 돌아다니는 카우젤이 듣는다.

금빛 요괴를 흠모하는 인간들의 소리를, 마음을.

그는 육체의 결정체가 되기 전부터 원래, 그저 어둠이라는 존재였다.

하지만 다만 하나, 그의 의식에 싹튼 단편이 있었다.

아름답다. 금빛 머리에 붉은피는 정말 잘 어울려.

그건 단 한 번 그가 자신이 생각했던 말.

나는 금빛 요괴였던가? 

정체성으로 혼란으로 괴로워하는 카우젤. 나는 누구인가!

카우젤이 씨익~ 웃는다.

마치 블러드인 것처럼.

이슈카를 데리러 왔어.

두령과 같은 느낌!

 

이슈카의 특별한 힘을 넣은 사원 주문의 자물쇠로 묶인 카우젤은 금빛 요괴가 아니다.

그는 인간들이 봉인하고 싶은 검은 요괴다.

검은 요괴! 그래 난 검은요괴였어. 이건 나의 몸이 아냐.

블러드--- 이리 와!

순간, 바뀌는 그들의 정신체와 몸체

블러드가 봉인돼버렸다.

 

이슈카의 어둠을 끌어내며 손짓하는 카우젤.

난 괜찮아. 빛도 그늘도 어둠도 모두 있는 게 당연하잖아. 당연한 거 따위 이제 두렵지 않아.

이제 네가 무섭지 않아.

네가 나한테 말한 말, 전부 진실이라고 해도 난 그걸 안 이상 그걸 고르지 않아.

소중한 사람이 한 사람 있다면 이런 건 누구에게든 간단한 문제야.

난 너한테 지지 않아.

블러드를 좋아하는 한 지지 않아! 어둠 따위에 먹히지 않아, 카우젤!

 

그리고 부적을 던지는 이슈카.

부적으로 감긴 카우젤을 두고 사원의 문을 닫는다.

사원의 벽에 결계를 두르는 북의 요괴들.

그리고 사원을 불태운다. 사원을 전부 주마, 카우젤.

 

소년, 나와 블러드는 같아! 카우젤의 나지막한 울림.

블러드, 있잖아, 그 사람--- 변하지 않을까---?

왠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단지 가두는 것만으로는--- 왠지 이대로는---

 

소용없어, 블러드! 난 자각했다.

하나의 의문 끝에 '자신'이라는 걸 드디어 자각했다. '난 나다'라는 걸.

생각하기 전에 입을 여는, 생각하기 전에 저주하는, 생각하기 전에 독을 뿜는,

이 무의식의 힘이 나다.

이 무의식의 힘이라는 건 '어둠' 그 자체의 의지다.

이게 내 역할이고, 힘이고, 존재다.

즉 내 자신이 어둠이다.

어둠에서 나와 사람의 모습을 한 어둠---마음은 없다.

퍼져라, 나여! 녹아라 나여! 이곳에 퍼져 그리고 감싸라. 무형의 어둠이여!

살아 있는 자의 마음을 자기 자신을 향한 내 어둠으로 녹여라!

카우젤이 내린 어둠의 결계 속으로 빠져드는 사원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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