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루의 빛 / 마코토
부장님이 집을 나가고 혼자가 된 호타루.
이래저래 할 일도 많고, 나름 계획표도 짰지만, 영 개운치가 않다.
여전히 어리버리하고, 집안일은 쌓여가고, 연애하는 것도 힘들고.
부장님에게 의지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금세 부르고, 의논한다.
게다가 결혼하면 어려운 연애는 하지 않아도 된다.
편한게 세이프~ 할 수 있다니~
결혼이라는 편하고 달콤한 유혹, 하지만 마코토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초조하다.
마코토가 같이 살자고 한다.
같이 살자는 말이 결혼 암시일까?
괜히 헛다리 짚는 거 아니야!
하지만 지금의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래도 귀엽고 전망있는 연하남친과 결혼하기는 힘들 것 같은 불안감.
깊이 생각해 보면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인 게 결혼인데---
근데 호타루의 왕자, 마코토는 소식통에 의하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는 것 같은데, 어떡하냐. 호타루!
아, 곤란해.
다카노 부장님은 호타루를 만나서 이사를 하게 된 석연치 않았던 마음의 원인을 말한다.
그날 밤, 자넨 안경군이 '갑자기 집에 와서 긴급사태예요'라는 문자를 나한테 보냈었지.
밖에서야 서로 뭘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자네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 다른 남자를 재운다는 건
내게는 굉장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던 것 같아.
응, 맞아. 그거였어.
뭐라?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이야?
분명히 뭔가 이상해.
내가 부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둘째치고, 다카노 부장님이 날---?
어째 묘한 느낌이 드는데 설상가상,
부장님 맨션에 물이 새서 다시 부장님과 호타루의 임시동거가 시작된다.
'큰일'이었어. 나한테도.
자네와 살고 있을 때는, 사소한 일로 화내고 웃는 평범한 나날이었지만,
그렇게 아무 답도 없는, 답이 필요 없는 관계가 굉장히 마음 편했던 것 같아.
인생에서 하나의 답을 내야만 하는 때였기 때문에, 더더욱.
뭐, 전부 혼자가 되어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거지만.
어떻해. 기뻐.
그 동안 나만 혼자 일방적으로 부장님께 폐를 끼치고 의지하고 도움받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처음으로 같은 눈높이가 되었다.
오늘은 드디어 뉴욕에서 마코토군이 돌아오는 날.
좋았어, 덤벼라! 결혼.
과연 잘 될까나?
머뭇,머뭇. 뜻대로 되지 않는 호타루.
잠깐 쉬면서 생각해야지. 했는데--- 마코토가 자기집에 같이 가자고 한다.
이건, 뭐하자는 플레이야? 결혼 냄새를 팍팍 풍기는 거지?
내가 태어난 곳을 호타루랑 걸으니까, 굉장히 감동적이야.
마코토는 그저 순수한 마음뿐인거 같고. 그냥 관둘까?
아니야, 용기를 내자. 진지한 관계 발전을 위해서!
근데, 다카노! 반응이 뭐야?
난 그런 게, 의미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미안해. 생각할 시간을 좀 줄래?
바보같이--- 나 같은 게 아무리 애써봤자. 이렇게 비참하게 깨질 뿐이었는데.
엘리트한테도, 열등생한테도, 점수도 안 나오고, 잘 풀리지도 않고, 골치 아픈 것이 사랑.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가는 게 좋겠지!!
마코토의 전화다.
나 생각해봤거든.
다행이다. 정면으로 고백했다 보기 좋게 깨지고,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지만, 틀리지 않았어.
보람이 있었어. 다행이다.
그렇게 언젠가 아무 것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사랑이 맘대로 되면 그게 사랑이 아니지!
호타루는 마코토의 순수하고 바른 자세에 나름대로 솔직해지기로 하고,
다카노 부장님과의 동거 사실을 밝히는데---
생각 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마코토.
메시지도 전화도 없다.
카나메 의외로 날카로워.
중학생도 아닌데,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만으로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리가 없잖아.
연애란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그런 세계야.
마코토, 다카노 부장님과 둘이서 술을 마셨다.
껄끄럽고 화가 난다.
남의 여자친구를 '그 녀석'이라고 부르면서
내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 내 여자야! 보지도 말고 건드리지도 마. 맘대로 함께 살지도 마.
이 나쁜 자식아. 와! 마코토 세게 나오는데!
속내를 확실히 말할 수 있다니 부러워.
아직 늦지 않았어.
가장 전해야 마땅할 상대에게는 왜 용서할 수 없을까, 부딪힐 수 없는 걸까.
나한테 덤볐던 그 용기로 말일세.
마코토 심각하게 생각,생각. 그리고 결정.
나, 솔직히 말해 아직은 호타루가 했던 일을 용서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어.
하지만 기금껏 도망치기만 하고, 제대로 맞서지 못했던 것은 여기서 끝을 내는 게 싫었기 때문이야.
지금 당장 짐을 싸서 우리집으로 와! 한 번만 더 믿어볼게!
와우!~ 호타루, 잘됐네~
근데, 인연이 아닌 상황들은 꼭 있어. 세상일이 왜 그러는 것인지---
다카노 부장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어요.
다카노 부장님을 심하게 걱정하는 호타루와
그런 상황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마코토의 간격이 왠지 좁혀질 것 같지 않은 불안감.
부장님 앞에서 자연스럽고 거침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호타루를 바라보는 마코토의 마음은 불편하다.
게다가 호타루의 건어물표 차림을 보아버렸으니--- 자연체라니까!
호타루? 그 모습은, 대체---?
호타루는 집에선 항상 그런 모습이야?
아,아냐! 하, 항상 이런 건 아냐. 이, 이건 그러니까 가장 최악이랄까.
저어, 하지만, 전에도 말했지만, 이게 지, 진짜 나이기도 해.
같이 살게 된다면--- 이, 이런 모습도 언젠가 보이게 됐을지도--- 몰라.
아, 안 돼? 아, 무, 물론 마코토군이 싫다면 고칠게. 노, 노력할게! 그, 그러니까---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사랑했었다면.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리도 하고, 허세도 부리고, 누군가에게 의논도 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호타루는 처음부터--- 였잖아?
다카노 부장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뭐 하나 시작하지 않았을 거잖아?
미안해. 난 역시 이해할 수 없어. 난--- 더는 무리야.
왜 혼자서는 연애를 못해?
변명 한 마디 할 수 없었다.
마코토군의 말은 100% 옳았고, 내가 해온 짓은 100% 틀렸으니까.
한 번 주어진 찬스도 날려버리고, 잔뜩 실망시키고, 난 차였으니까.
이제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호타루의 짐이 돌아왔다.
변명이 아닌 내 진짜 마음을 꼭 전하고 싶은데.
나 같은 여자를 소중히 여겨줘서 고마워.
이런 나지만 열심히 사랑했었어. 정말로 좋아했었어--- 라고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었는데---
마코토는 거절한다.
나는 더 이상 얘기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앞으로는 일 동료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마코토, 너무 차가워!
이렇게 나의 건어물 생활 5년차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사랑은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상처받았지만 포기도 빠른 건어물녀.
그래, 잘 생각해보면 슬퍼할 것도 우울할 것도 없어.
그러니까 그런 날들이 오히려 내게는 꿈이었다고 생각하면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 하지만 실은 비참하고 절망에 빠져있는 나를 지금 인정해야 한다는 건 죽을 만큼 힘들어.
역시 거짓말처럼 행복했던 시절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홀로 남겨져 다시 사랑할 수도 다시 일어설 수도 없는 한심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언제가 되면 편해질 수 있을까.
마코토의 작품 전시회 기획을 맡게된 호타루.
괴로운 일이지만 그를 실망시킨 만큼, 힘들게 한 만큼,
조금이라도 마코토 군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
사내커플로 소문이 난 상태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된 호타루는
급기야 마코토와의 결혼설까지 추궁받는다.
깔끔한 마코토, 아메미야 씨와 저는 지금은 업무상의 좋은 파트너입니다, 라고 말해버리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호타루 무안하게.
냉정한 마코토.
호타루, 약 1년을 사귄 남친에게 차이고, 겨우 마음을 추슬어 기운을 차리려던 순간,
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27세의 가을입니다.
그렇지만 마코토의 작품을 성심으로 대하는 호타루.
그래도 부장님이 있으니까.
부장님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실연도, 혼자 허름하게 지내는 사정도.
부장님, 위로의 말.
지금까지 자네가 한 일 중에서 최고야. 열심히 하니까 되잖아.
마코토의 감사의 말도 호타루를 성장시켰다.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늘 배우면서 성장하니까.
마지막으로 이토록 제 작품을 깊이 이해해주시고,
최고의 작품전을 만들어주신 SW기획자 분께 최대의 감사를---
고마워. 그리고 정말로 안녕, 마코토군.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테시마 마코토 작품전도 대성황리에 끝나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건 어때?
그냥 의지해봐.
술김이라고 해도 의지해보라고 했으니까 그냥 묻어가자.
다시 부장님과 어영부영 함께 살게 된 호타루의 앞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