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루의 빛 / 호타루
연애보단 집에서 자고 싶어.
27세. 나름대로 어른, 또는 여자.
세상의 아가씨들은 사랑과 일과 엔조이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겠지만,
나 아메미야 호타루의 경우는 대략 뒹굴뒹굴 행복하게 지내왔다.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으윽~
그렇습니다.
난 지금 무섭도록 철저한 다카노 부장님과 동거중입니다.
여차여차해서 아무도 모르는 공동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부장님은 나를 건어물 취급하는 41살 왕아저씨로 나에게 연애일반론을 가르칩니다.
부장님의 조언을 받아가며, 5년 동안 남친도 없이 무생물 건어물로 살아왔던 내가,
마코토라는 3살 연하의 순진하고 귀여운 남친을 만나고 있습니다.
좋아하게 되는 건 순간 아닌가요? 라고 마코토가 말했었지!
테시마 마코토는 24세의 신진 가구디자이너로 온통 여자들뿐인 우리 인테리어사업부에서
살짝쿵 아이돌입니다.
부장님과 동거한다는 사실을 마코토에게 알릴 수는 없다.
간만에 만난 남친에게 괜한 오해를 받기는 싫으니까.
마코토에게 말할 적절한 변명거리를 생각하다가,
동거인 친구가 부장님 나이의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설정을 하자고 하는 호타루에게
부장님은 뜬금없이,
내가 자네의 연애대상이 되는 나이구나.
미안해서 어쩌나. 나로서는 딸 정도로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저, 저도 부장님은 아빠 이상 할아버지 미만이라고요.
당당하게 맞섰는데--- 받아치는 말이 좀 심하지 않나!
혼자 새해를 맞이할 부장님을 짠하게 생각하는 호타루.
심심해서 뒤적거린 사보에 실린 부장님의 인터뷰기사를 보고,
1월1일이 부장님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부리나케 동거하는 집으로.
부장님을 만나러 돌아왔는데 부장님이 없다. 없어---
열받아.
뭐?
부장님이 불쌍하다고! 놀래줘야겠다고! 여유만만하게 온 건데.
이, 이러니까 제가 꼭 필사적인 것 같잖아요.
부, 부장님은 집에 없고, 돌아오지도 않고, 너무 화나~
고마워. 굉장히 기뻐.
부장님은 롱다리네요. 아빠와도 할아버지와도 전혀 달랐어요.
그 말, 오늘 듣게 되다니 아주 기쁜 선물이야.
공교롭게 출장을 함께 가게 된 부장님과 호타루.
다카노 부장은 부인을 찾지만 이미 떠나고 없다.
우울해진 우리의 다카노 부장님, 술이 좀 과해서 호타루를 부른다.
그래서 자넨 좀 어때?
건어물인 거 감추느라 정신없어서 별로 진전도 없는 거 아냐?
핏~ 남일에 별 상관이야.
바보같이--- 자넨 자네야,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
부장님이 우울해서인지 많이 취했다.
취한 탓에 호타루를 부인쯤으로 아는지 어째, 행동하는 게 영~ 야리꾸리해서 어색하다.
취한 자와 실랑이라니---
아까 그건 조금은 거짓말이에요. 잔소리 많은 건 좀 그렇지만,
이렇게 집안일 잘하는 남편은 최고예요.
혼자 즐거운 것도, 공기 같은 것도 저 개인적으로는 좋아요.
공기가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잖아요!
그리고 다카노 부장님은 원할 때 원하는 반응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호타루의 조카가 건어물 취급을 당하는 이모를 걱정하면서 부장님한테 뭔가 귓속말을 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내가 말해줬지.
걱정마, 이모는 의외로 보기보다 인기 있어, 라고.
그리고 모성은 아닐지 모르지만, 상냥한 면도 있다고.
우울해서 취해 쓰러진 상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줄만큼은.
미안해, 한심한 꼴을 보여서---
그건 그렇지만, 뭐, 이미 단순한 상사와 부하 관계만은 아니잖아? 너그럽게 좀 봐줘.
그건 어떤 관계죠?
라고 아무도 아는 이 없는, 평소의 장소가 아닌 지금이라면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관두기로 했다.
내일을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간다.
어느새 마음이 놓이는 게 신기해요, 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