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다이 / 유이
뭉크 作 [절규]
제희를 기다릴 윤은의 눈물을 뒤로 하고 다이와 제희는 화해의 가게에서 술을 마신다.
그 동안의 초조함이 무색할 정도로 어느 새 자연스런 모습으로 돌아온 다이---
고무줄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까 봐 두려워.
너의 외면은 내게--- 죽음처럼 무거웠어.
오늘 밤, 우리 같이 있자.
널 보내기 싫은 건 나야!
다이와 제희의 야릇한 분위기를 참을 수 없는 화해가 유이에게 전화를 건다.
별장에서 휴식 같은 평화로운 밤을 지낸 다이와 제희를 찾아온 유이와 경호원들.
지금부터 내 몸에 손 하나 까닥대지 마. 만일 그랬다간 네놈들도 죽고 나도 죽을 거야.
돌아갈 거야.
하지만 친구랑 올라갈 거야.
어떤 불가항력한 것과 싸우고 있는 것 같은 다이의 표정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대로 헤어질지도 모른다.
다이--- 너와 나, 이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다이는 떠났고, 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마지막은 아니야!
나는 확신을 갖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모든 것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는 원인 모를 전학을 권고 받았고, 엄마는 쉽게 수긍하셨다.
생각해보면 이 학교에서 나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난 구희형과 나루, 그리고 다이와 함께 있었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학교를 옮기고 나서 나는---중독된 것처럼 다이를 목말라했다.
다이를 찾아갔다. 매몰차게 뿌리치는 다이.
작별 인사 따윈 없는 게 나아.
왜냐하면 너와 난 마지막이라는 게 없거든.
어떻게 아냐구? 내가 너니까.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을 치우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야.
적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다이야, 기다리겠다.
네가 나를 볼 수 없어서 견딜 수 없을 때까지--- 기다리겠다.
아버지의 개입으로 제희가 전학을 가게 된 사실을 뒤늦게 안 다이는
치미는 분노로 더더욱 냉정해졌다.
교감선생님과 미사선생님을 경멸하며, 그들을 곤란에 빠뜨리고 싶은 다이.
다이옥신 패거리들을 이용해서 선생님들을 폭행한다.
폭행 사건으로 미사선생님은 실명을 하게 되고,
또다른 죄책감에 빠져드는 다이. 그리고 안타까운 제희.
죽음과 같은 고요함이 다이의 그림자 속 깊이 들어왔다.
그에게 학교는 더 이상
그를 옭아매는 족쇄도, 삶을 낭독하는 무대도,
거친 몸을 숨길 만한 안전한 장소도 아니었다.
다만 제희가 잠시 머물렀던---
그래서 바람에 나부끼는 제희의 냄새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
제희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제희의 전화다.
유이와 바람 쐬러 나온 윤은은 제희의 전화를 받고 황망히 일어선다.
윤은은 제희의 눈을 쫓아 아픔 후둑후둑 떨어지던 가슴 놓아두고 뒤돌아서던
자신과 닮은 유이의 모습을 보며 쓸쓸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윤은과 제희는 술을 사서 철길가에 앉는다.
미치도록 답답한 가슴을 어쩌지 못해서 누나를 만났다.
그런데 윤은 누나가 다이형과 사귄다는 말을 한다.
나 왜 이렇게 불안하죠? 누나와 다이가 가까이 있다는 게.
두 사람 사귀면, 누나도 다치고 다이는 아플 거예요.
지금 그 말이--- 나만을 걱정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넌 너의 사랑이 불안해질까봐 그러는 것이겠지.
이건 분명히 어색하다.
나를 보며 당당히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윤은 누나도,
억지로 멀어져간 다이와 나는,
이 관계 속에 함유된 다이형도, 뭔가 다 어색하다.
그 어색함이 뭉크의 절규에 있는 하늘처럼 소용돌이치며 이내 내 식도를 넘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으로 알 것 같았다.
세상을 향해 발길질하는 다이의 심정을---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는 구토의 이유를---
나는 세상이 이유 없이 미워지기 시작한 것이 이미 오래되었음을 깨달았으며,
주변 모든 것들에 대해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옴을 느꼈다.
내가 태어났다는 것,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한 증오가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다이옥신 패거리들이 다이에게 받은 모욕을 제희에게 떠넘겼다.
칼에 찔린 채 놈들과 뒤엉켜 싸운 제희가 지쳐 쓰러지자,
윤은은 터져나오는 오열을 멈출 수 없었다.
윤은은 놈들에게 연락을 받고 뛰쳐온 다이와 만났다.
또--- 너냐? 너--- 그 손 놔. 나의 제희에게서 손 떼! 어서---
싫어. 안 돼. 절대로 안 돼. 난 제희를 놔두고 갈 수가 없어. 다시는 네게로 보내지 않을 거야.
너는 악마야! 제희를 잡아먹는 악마!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제희는 편안했어!
윤은의 다급한 울음소리를 듣고 쫓아온 유이는
제희를 구해달라는 윤은의 청을 뿌리치고 다이에게 간다.
윤은은 제희를 끌어업고, 다이를 도우러간 유이는 다이를 만나 한탄한다.
다이야, 나, 지금 그 계집애 때문에 기분 더러워.
존심 상하게 한 대가로 통쾌하게 차버리려고 했는데--- 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 기분 진짜 드럽다.
그러면, 지금 그 계집애랑 제희랑 같이 있는 거야?
그래. --- 갑자기 왜 일어나?
계집애에게서 제희를 찾으러---
냅둬. 걔네 죽고 못 사니까.
재수 없는 소리 마. 제희는 누구한테도 안 가! 내 거니까.
너--- 설마, 네가 미쳐있는 애가 남자냐? 그런 거냐?
남자건 여자건 상관 안 해! 그냥 제희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