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Let 다이 / 제희 엄마

2008. 2. 15. 12:58

 

엄마, 나 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달랑 문자만 보내고 마는 제희.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럴 수 있는 거니?

어떻게 엄마한테 이럴 수 있는 거니?

돌아와, 제희야. 제발 돌아와.

 

다이와 함께 머무는 다이의 집, 이곳이 천국이라면 천국이다.

행복하다. 함께 있어서 너무 행복해서 미칠 것 같다.

그래서 누구든지 끼어드는 것은 싫다.

난 그 계집애--- 만나는 거 싫어! 질투로 타죽는 거 보고 싶어?

네 몸에서 여자 향수 따위의 냄새가 배어 있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어!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내 머릿속이 무엇으로 꽉 차있는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윤은에게 온 전화를 보고 질투를 하는 다이를 제희가 달랬다.

어차피 사랑하는 감정은 똑같으니까, 이렇게 질투할 수 있는데---

 

당장 짐싸서 여기서 나가거라!

갑작스런 다이 아버지의 출현에 다이와 나는 당황했다.

우린 모두 알고 있었다.

들켜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는 것을---

게다가 다이 아버님의 서슬이 퍼런 단호함은

이 순간이 평범하게 지나갈 수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나는 파란불의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뀜과 동시에 영원히 다시 켜지지 않을 기분에 사로잡혔다.

게다가 우린 신호위반에 걸려버렸다.

여긴 항상 긴장의 순간을 놓칠 수 없는 횡단보도이다.

 

자식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 어떤 건지 알겠구나.

미친놈--- 너는 원래 미친놈이었지. 차라리 깡패짓을 해!

후웃~ 깡패짓보다 더 나쁜 게 동성애인가 보구나.

다이가 멈추지 않으면

제희 가족에게까지 손을 대겠다며 다이를 협박하는 아버지가 비열해보인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버지.

사람의 감정까지 정치하려 하듯 하지 마십시오!

다이와 제희의 행복함을 비추었을 커다란 창을 깨뜨리고 나와버린 다이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제희의 엄마를 찾아온 다이 아버지에게 제희 엄마는 제희를 편들었다.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자식을 잃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반대하니까 애가 겉돌더라구요.---

그 애들은 이미 스스로 사랑하는 상대를 만났습니다.

그것이 그 애들의 타고난 성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는지요.

저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저는 누가 뭐래도 아들의 편에 서기로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식의 편을 들 수 있는 사람은 부모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데 저도 그 편에 서야 할까요? 

저는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아들은 저의 전부이니까요.

제희야, 엄만--- 강해지기로 했어.

네가 불리한만큼 엄만--- 더 강해지기로 한 거야.

 

내 자식 나도 포기했다면서 알아서 하라고 말한다는 부모가 있는 세상에

제희 엄마, 정말 강하구나. 나는 어떤 엄마일까.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몸을 숨길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다이의 집에서 쫓겨난 후 내 방에서 내 부끄러운 모습을 가두었다.

이 그리움을, 이 안타까움을, 이 아픈 가슴을, 그 누가 사랑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평온함이 지친 나를 쉽게 일상으로 돌아오게 했다.

윤은 누나를 만났다.

위로받고 싶다며 가만히 입술을 대는 누나.

이 쓸쓸한 한낮에 서로를 쓰다듬어 줄 수 없는 우리의 아픔이

가슴 속에서 서걱거린다. 삐걱인다.

나는--- 윤은 누나의 감촉을 느끼는 순간

미치도록 다이가 그리웠다.

다이 아버지의 정치파문은 그런대로 일단락되고, 나의 불안감은 팽배해 있었다.

학교에서 마주친 다이는 웬일인지 싸늘했다.

미사 선생님을 도와서 교감을 구타했던 제희와 나루는 교내 폭행 사건에 휘말려 정학을 당하고

다이가 유이의 동생임을 알게 된 윤은은 유이와 다시 사귀기로 했다.

 

그 애랑 윤은이랑 거리에서 키스하더라. 아주 대담했어.

아무리 머리를 뒤흔들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는 거지?

어떻게--- 어떻게--- 사랑이 떠날 수 있는 거지?

어떻게--- 사랑이 아프게 할 수 있는 거지?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서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 다이와 제희.

다이는 갑자기 제희를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

무얼 시험한 거니? 오해라고 말해 주라.

자신의 키스를 뿌리치고 윤은 누나를 만나러 간다는 제희의 말에 화가난 다이는

제희를 밀치면서 꺼지라고 말하고, 당황스런 제희는 다이를 쫓아간다.

 

다이야, 나--- 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왜 이렇게 날 곤혹스럽게 하는 거야?

다 귀찮아. 네가 뭘 알겠어. 빨리 그 윤은인가 하는 계집애한테로 가버려.

이렇게 힘에 겨운 감정에 질투까지 얹으랴?

너 그런 놈이었냐? 날 제대로 보고 있긴 한 거냐?

난--- 요 근래 너 때문에 아주 힘들었어. 내가 도리어 묻고 싶어. 난, 너의 뭐야?

나의 뭐냐고? 두통거리야.

예전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 전부라고 했었지.

그래서--- 그럼 나는 너의 뭐라고 생각하니?

다이야--- 넌 나의 호흡이야.

네가 없이 난 제대로 숨쉴 수 없어.

네가 날 피하기 시작했어.

우리 지금--- 흔들리고 있는 거야?

가지마. 그 계집애에게 가지 마.

널 두고 가지 않을 거야.

이 순간 윤은 누나와의 약속은 어찌되어도 좋았다.

너는 너--- 나는 나--- 우린 그렇게 만났는데---

어느 순간 완전한 하나가 되어 있다.

누군가가 들어올 틈이라는 거 애초에 없던 것이다.

 

사랑을 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가끔씩 명치끝이 답답해져 올 때가 있다.

심하면 호흡곤란. 그래서 사랑하는 상대는 호흡이고 숨인 거다. 절정에서도 비슷한 대사.

 

정학보다 더 슬픈 일을 겪은 나루.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을 책임지게 된 나루는 학교에 다닐 의미가 없었다.

은형이도 떠나보냈는데, 아버지도 은형이 곁으로 가셔버렸다.

 

제가 볼 수 없는 곳에 나비를 문신해주세요.

이건, 그 애와 함께 날기 위해서예요.

그 애는 날아가버렸거든요. 결국 추락했지만---

그 앨 내 안에서 영원히 날게 해주고 싶어요.

다시는 떨어지는 일없게.

그리고 또 하나는 제 가슴에 새겨주세요.

제가 우리 가족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게 유일하게 우리 가족의 슬픔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빠는 제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테니까요.

 

나루라면 잘 할거다.

나루라면 정말로 잘 할거다.

그에게는 세상을 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큰 무기인

긍정적인 힘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