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천행기- 천인행적토기

2008. 1. 29. 15:18

초절정 깜찍 판타지 天行記-천인행적토기(글:이윤희 / 그림:카라 / 서울문화사)

 

간만에 유쾌한 만화를 보았다.

키득거리는 딸, 재미있나보다.

 

나중에 염라계에 갔을 때,

네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혹시라도 다시 만났을 때

내가 널 못 알아본다고 해도

너는 날 꼭 알아봐야 돼.

아, 잊지 않을게.

와아-- 약속이다.

응---

 

비월이를 처음 만났다.

누나인 진월향이 천계로 시집올 때 따라온 비월이는

염라대제가 될 아이.

그리고 천녀와 결혼할 사이.

그런저런 사실에 둔한 천녀 동영은 또래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동영은 비월과 헤어지면서 비월에게 말했다.

나중에 내가 염라대제에게 시집갔을 때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꼭 알아봐달라고.

 

비월은 적토계 학교에서 동영이를 다시 만났다.

머리 나쁜 천녀는 정말로 못 알아봤다.

똑똑한 비월은 금세 알아보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동영이가 얄미운듯

알아봐준다고 했지,

알려준다고는 하지 않았다면서

천녀가 알아챌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생긴 것과 다르게

기다리는 것이 특기인 비월은

그냥 기다렸다.

 

천계의 유일한 천녀인 천요 황동영은

염라계의 염라대제와의 정략결혼이 싫어서 적토계로 도망쳐왔다.

남장을 하고 적토계 학교로 진입한 동영

그곳에서 느끼남 진비월을 만난다.

자꾸만 부비부비거리는 비월 때문에 동성커플이라는 망측한 소문에 휩싸인 동영.

부비적거린지 3년, 정이 들었나!

비월의 태도가 별로 싫지 않고 두근거리게 된다.

 

홍황후 진월향의 요청으로 동영의 도주를 도와주는 사방신 백호 아힌과 주작 이정,

그리고 동영을 찾아내라는 천제의 명령을 따르는 사방신 청룡 우현과 현무 도현,

그들 사방신이 동영과 비월의 주위를 맴돌면서 벌이는 이야기.

책에서는 깜찍 판타지라고 했나!

솔직, 담백, 대범, 단순한 캐릭터 동영의 눈치없는 행보가 깜찍하긴 했다.

느끼, 진지, 복잡, 비범한 비월이가 던져 주는 재미도 크고,

사방신들의 활약상도 유쾌, 상쾌, 통쾌.

이정의 아힌에 대한 시스터콤플렉스는 코믹했고,

비월이가 쌍둥이 형인 령에게 느끼는 브라더컴플렉스는 너무 진지했다.

진령이 요괴의 왕인 세인을 처음 만나서부터 맺은 인연과 믿음은 더 진지하고.

 

와! 동영이가

죽어서 먼지가 되어버린 세인의 흔적을 씨앗으로 만들어서

령에게 건네는 장면은 가슴 뭉클했다.

나중에 씨앗은 령의 아이로 성장한다.

흐뭇한 판타지.

그리고 요괴들도 영혼 시스템에 넣겠다면서

그 힘을 가지기 위해서 천제가 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말할 때는 제법이었지.

비월이가 기다려줄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천제가 된 동영.

비월이와 함께 요괴들의 땅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천계와 염라계를 다스린다는 행복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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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결말이 좀 싱거웠다.

뼈대는 딱 좋은데, 양념이 덜 들어간 맛이랄까!

외전도 외전이지만

좋은 구도로 시작된 이야기이니만큼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

작가는 신이 아니니까

독자들과의 교감, 그들의 힘을 빌어서라도

충분히 풀어낼 것들은 많았을 텐데,

외전 몇 편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아쉽다.

이 만화를 보면서 [채운국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에 혹해서 매주 열심히 찾아보는 애니메이션이다.

딱히 유사성이 많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림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천행기]도 [채운국이야기]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텐데---

작가들이 합심하여 [천행기 외전]이 아니라 [천행기2]를 이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