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준하, 진후의 쇼팽을 클릭

2007. 12. 20. 23:34

클릭 / 이영란

 

본부인 외에 10명의 애인과 20여 명의 자식을 두겠다던 천상천하 유아독존.

뼛속까지 스며든 남성우월주의에 빠져있던 준하가

자웅동체의 유전형질로 인해서 16년 간의 남성을 포기하고 여성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분신과도 같은 진후에게조차 아무 말도 못하고 떠난다.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 희원에게는 자신의 근원적인 고뇌를 느끼며 멀리하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어서 돌아온 친구 진후에게는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자신을 여성으로 만나서 여자임을 강조해주는 태현에게서는 일종의 희망과 미래를 약속하고자 한다. 준하는 이 세 사람에게 동시에 향하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다중인격자라고 몰아부치지만, 원래 사랑이라는 것은 다른 색채와 무늬를 띠고 함께 소용돌이치는 것이 아닐까.

 

남자의 마음으로 사랑했던 희원에게 자신의 비밀을 넘기고 떠나 보냈다.

정말로 많이 사랑했던 진후랑은 홀로 남은 혜진이 때문에 다시 만나지 않기로 하고 떠나 보냈다. 가슴 아프도록 울면서.

 

희원이를 잊지 못해도, 진후를 사랑하더라도,

언제가 되든지,

반쪽 마음이라도 갖겠다며

기다려주는 태현에게

준하의 마음은 열리겠지.

 

그냥 별 생각없이 가볍게 읽겠다고 '클릭' 했고,

그래서 한꺼번에 빌려서(보통은 한두 권씩 빌려 읽지만),

무지 빠른 속도로 줄거리를 즐기고,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진후와 준하의 놓쳐버린 사랑이 슬프다.

진후가 들려주는 쇼팽을 행복하게 듣고 있는 준하가 부러웠는데.

이별곡을 들으며 가슴 한쪽이 오그라드는 준하가 아파보였다.

왠지 쇼팽과 상드의 이별처럼 그들의 마음도 떠남을 준비하는 듯.

 

나도 진후가 들려주는 쇼팽을 듣고 싶다.

얼마나 행복할까.

이별곡,

가슴 안쪽까지 잔잔하게 내려흐르는 선율이 아름답다.

이별곡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래서 많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아이들이랑 '금색의 코르다' 애니를 보면서 거기에서 연주되었던 곡을 뒤져서 열심히 들었다. 이별곡은 히노가 제1셀렉션 때 바이올린으로 켰던 곡이다. 테마가 '열리는 것'이었는데, 피아노곡인 이별곡을 바이올린으로 켠, 그것도 맨발로, 반주자 없이 시작했던 곡. 물론 나중에 츠치우라가 과감하게 뛰어올라 반주를 해주었지만. 감동^^  히노와 츠치우라의 멋진 시작이었지.

'금색의 코르다'는 만화가 좀 밍밍한데 비해 애니는 근사했다.

 

준하의 큰 꿈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태현의 말처럼 둘은 돌진할 것이다.

진후는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주목을 받을 것이고,

희원은 매력적인 패션모델로 이름을 날릴 것이고,

그래서 혹 세계 어디에선가 그들이 재회한다면.

그들의 품은

상처를 이겨낸 성숙한 품으로

서로를 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