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김치와 와인의 마리아주

2007. 12. 18. 22:51

13권의 주제는 김치에 어울리는 와인.

독특한 매운 맛은 웬만한 와인과 맞지 않아서 와인 찾기는 벽에 부딪혔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김치와 최고로 잘 어울리는 와인을 기적적으로 찾아냈다.

와인의 세계는 드넓어서 어떤 요리와도 어울리는 와인은 반드시 나온다.

어떤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사람이

어딘가에 꼭 존재하는 것처럼--- ( 글 / Tadashi Agi )

 

시즈쿠가 김치와 와인의 마리아주(결혼이라는 뜻으로 음식과 술의 궁합이 맞을 때 쓰는 말)를 찾기 위해서 한국에 상륙했다.

시즈쿠가 한국 음식을 맛보며 마리아주를 고민하고 있을 때, 잇세와 로랑도 잇세의 와인 초청강연으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잇세가 강연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준비해 둔 와인들이 운반 도중 일부 깨지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4종류의 와인에티켓(에티켓은 보통 '예절'을 의미하는데, 와인에서는 라벨을 가리킨다. 포도 품종, 원산지, 수확연도 등이 명기돼 있는, 소위 와인의 신분 증명서)이 모두 뜯겨지는 실수가 일어난다.

 

여기서 우연인지, 악연인지, 우리의 천재 시즈쿠가 또다른 사막 천재 로랑과 뜻밖의 동업?을 하게 되는 묘한 상황. 두 사람은 코르크에 묻어나는 미세한 향을 맡아서 와인을 분류하는 작업을 무난히 마치고, 로랑은 잇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회전력있는 잇세가 모를 리 없지. 시즈쿠가 자신을 도와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시즈쿠가 김치와 와인의 마리아주를 찾기 위해 고심한다는 말을 듣고 잇세가 툭 던진 한 마디. 마리아주의 기본을 알라.

 

잇세가 말하는 마리아주의 기본은 자극에 자극을 맞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치와 와인.

김치의 시각적이미지인 붉은색이 아닌 매운 맛, 즉 자극은 자극으로.

 

그런 관점에서 찾아낸 와인이 백포도주

마르크 에브라르 블랑 드 블랑. 논 빈티지 샤르도네 100퍼센트.

 

매운 김치와 기포의 하모니가 잦아든 뒤 백포도주의 신맛과 풍부한 과일맛이 요리에 화려함을 더해준다.

(블랑 드 블랑은 백포도로 만든 백포도주라는 뜻으로, 샤르도네가 100퍼센트 들어간 스파클링 와인이고, 블랑 드 누아는 흑포도의 껍질 색소가 나오지 않게 백포도주로 만든 뒤, 2차 발효를 거쳐 스파클링와인으로 만드는 흑포도로 만든 백포도주를 말한다.)

 

샴페인은 샹파뉴 지방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이름이므로, 다른 산지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은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샴페인은 와인을 병에 담아 마개를 꼭 닫은 다음 그 안에서 발효를 통해 탄산을 배출하는 발포성 와인으로, 길게 여운을 남기는 힘차고 매끄러운 기포가 김치와 잘 어울린다.

 

와인의 매력은 백포도주와 적포도주라는 두 개의 세계가 양립하여 존재한다.

그래서, 김치와 잘 어울리는 적포도주로, 그라벨로 2001년산을 권한다.

이탈리아 남부의 칼라브리아라는 지방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토종 품종인 갈리오포라는 품종을 메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렌딩해서 만든 와인. 고추을 키우는 같은 테루아르에서 재배한 포도.

 

같은 테루아르(포도밭의 환경과 성질)는 이질적인 것을 같은 성질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나 보다.

이제 알았으니, 샴페인 안주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김치만 꺼내면 되니까.^^

 

 

제 1사도 숲속 옹달샘에서 춤추는 두 마리 나비

제 2사도 아이를 잉태한 모나리자

제 3사도 단란한 이미지로 이어지는 향수

제 4사도 첫사랑

첫사랑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와인은 무엇일까?

누가 찾아낼 수 있을까?

답은 14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