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10
관우 형, 떠날 준비를 다 끝내셨군요.
음--- 유비 형님이 계신 곳을 알았으니---
가지 말아요. 이제야 겨우 같은 편이 되어서 싸울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 가면 우리는 다시 적이 되는 거잖아요.
관우 형은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유비 님을 위해서 나를 죽일 수 있어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지금 나를 죽이고 가요.
바보 같은 소리 그만 해.
저도 데려가요. 저를--- 관우 형의 동생으로 만들어주세요.
그건 안 돼. 장료--- 지난 전투에서 왜 조조 님이 나를 내보냈는 줄 알아?
너를 구하라고--- 장료를 살려달라고---
그 사람은 네 주인이야. 조조 님을 잘 모셔라---
보내주겠다--- 유비가 있는 곳으로---
내가 아무리 관우를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해도---
관우는 끝까지 마음만은 허락하지 않았지.
그의 마음은 항상 유비의 것이었으니까--- 분하게도---
대신 마지막 이별선물만은 거절하지 말아주게.
입지 않아도 좋으니--- 간직해주겠나?
저, 저런 괘씸한! 조조 님이 하사하시는 의복을 입어보지도 않고 어깨에 걸치다니---
아니--- 관우는 내 마음을 받아준 거야.
유비가 준 옷 위에--- 내가 준 옷을 걸쳐 입었어.
장료--- 따라가도 좋아.
아뇨--- 제가 동경해온 관우 형은 이미 제 안에 가득 담았습니다.
관우 형이 유비를 떠나지 않는 것처럼--- 저도 조조 님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 후로 7년 후, 조조는 오와 촉의 연합군에 의해 적벽에서 크나큰 참패를 겪게 됩니다.
패잔병을 이끌고 장료의 부축을 받으면서 도망을 가는 조조 앞에 우뚝 서 있는 관우.
여전하신가---
전군! 흩어져 서라!
조조 일행의 길을 호위하며 열어주는 관우와 눈을 맞추는 조조와 장료.
그들은 무슨 생각을 나누었을까!
맥클라우드공에게 번역한 '삼국지연의'와 안대를 선물로 남기고 떠나버린 세하라.
(맥클라우드공, 엄청 아쉽고 부럽겠지!)
이렇게 편지로 이별을 고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맥클라우드님은 단순한 정복자가 아닌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정치를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없으면 버틸 수 없는--- 불안정하고 여린 분을 지켜드려야 합니다.
안대는 제 부족한 솜씨로 만들어본 이별의 선물입니다.
보잘 것 없지만 받아주시면 조금이라고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나 칼리프는, 무함마드의 대리인으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
알라의 충직한 종 자파르를 바그다드의 술탄으로 임명하노니
수차에 걸친 외침으로부터 우리 이슬람을 지킨 영웅 샤리야르를 기리며
어리석은 동생 샤자만에 의해 그의 명예가 더렵혀지지 않도록 하라.
샤자만--- 네가 사막에서 샤리야르를 데리고 돌아오기만 했어도---
동생 같던 널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거야.
너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주고 싶었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적어도 파티마가 죽은 것과 같은 방법으로 죽게 해주지.
세하라 형님?
알리.
저--- 에미르가 되었어요.
샤리야르 님은?
다마스커스에서 샤자만의 음모에 휘말려--- 살아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바그다드로 돌아온 세하라는 샤리야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오열한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다.
아직--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나우아리집시(아랍권의 집시, 이슬람교를 믿으며 아랍어를 사용한다.)들의 도움을 받아서
요행히 목숨을 건진 샤리야르는 집시 여자의 도움으로 몸을 회복하자마자
세하라를 찾아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나에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그렇지만---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것이 있어.
당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했죠?
그럼 우리와 함께 떠나는 건 어때요?
우리처럼 자신의 영혼만 가지고도 행복한 존재가 되는 거예요.
그럴 순 없어. 나는 예루살렘으로 가야 해.
왜죠? 속죄를 위해서?
내 영혼을 되찾기 위해--- 나를 다시 살게 해준
내 운명의 상대를 되찾기 위해서.
기다려, 세하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갈게.
하지만 세하라는 이미 바그다드로 떠났고,
숨바꼭질하듯 돌아온 바그다드에도 세하라는 없었다.
세하라는 여기 없어.
네가 없는 동안 세하라가 바그다드에 왔었대.
그런데 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하게 자책하더니 어디론가 떠나버렸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고---
오빠가--- 세하라 오빠가 우는 건 처음 봤어요.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알리---에미르 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세하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상인이 사람을 찾는 방법이 뭔지 알아?
그 사람이 필요한 물건을 팔고 다니는 거야.
농기구를 팔다 보면 농부를 만나게 되고, 악기를 팔다 보면 악사를 만나게 되지.
당신이 찾는 사람은 동쪽---
그것도 아주 먼 동쪽에 있다는 점괘가 나왔어요.
운명의 상대인 세하라를 찾아서 하염없는 길을 떠나는 샤리야르.
그는 세하라를 찾아낼 수 있을까?
(당연히 찾겠지만, 과정이 쉬워서는 안되겠지!)
오빠 찾으면 다시 돌아올거죠?
물론이지.
둘이서 살림차리고 안 돌아오면 가만 안 둘거야---!
(뜨끔~)
스토리 작가 전진석의 '신이 된 남자 관우 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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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권에서도 군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관우가 아랍계 혈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가설의 증거로 생각되는 것이 바로 관우의 붉은 피부색과 청룡도이다.
청룡언월도는 관우가 썼던 무기로 유명하지만
정작 그 시절에는 청룡도가 중국에서 사용되던 무기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우는 사실 청룡언월도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날이 둥글게 처리된 언월도는 페르시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13인의 전사'에서
주인공인 아랍인이 서양인의 크고 곧은 검을 둥글게 깎아서
언월도로 만드는 장면이 있을 정도로 언월도는 아랍의 전통적인 칼 모양이다.
청룡언월도는 관우가 직접 디자인해서 도공들에게 주문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중국에선 존재하지 않았던 언월도의 우수함을 알고 있었던 관우는 아랍인이 아니었을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천일야화 2권에 등장한 처용과 관우는 공통점이 많다.
붉은 아랍계라는 점과 죽은 후에 신이 되었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