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데이즈, 그래서 모성
제한된 시간 7일, 납치된 딸과 살인마를 맞바꿔라.
사상 최악의 협상극 "세븐데이즈"
이것을 모토로 시작되는 영화는 초반부터 확확 흔들어대는 화면 때문에 숨가빴다. 빠른 속도감 때문에 놓쳐버린 화면과 대사가 있어서 좀 아쉬웠다. 영화 보는 내내 오싹한 긴장을 느끼면서 섬뜩한 기운이 등뒤를 감싸왔다. 원체 나쁜 기류가 흐르는 긴장된 상황 전개를 못견뎌하는 탓에 이런 류의 내용은 순탄하게 지켜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비디오로 빌려온 [그놈 목소리]도 다 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드라마 '히트'를 보면서도 가슴에 울렁증이--그래도 법정드라마나 '범죄의 재구성' 같은 영화는 좋아한다. )
우리는 별로 유명하거나 유능한 부모(그놈목소리의 앵커 아빠나 세븐데이즈의 변호사 엄마처럼)가 아니니까, 우리의 아이는 별일 없을거야, 하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가 주는 거리감 때문이고, 현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죽을지도 모르는 내 딸 때문에 이미 죽어버린 남의 딸의 살인범을 무죄로 변호해내야 하는 딜레마. 그것은 그녀에게 너무 가혹했지만, 그녀의 모성은 가혹한 상황을 전혀 가혹하지 않은 형태로 끌고 가는 듯했다. 그래서 죽음의 선택 속에 놓여진 딸의 모성은 죽은 딸의 모성과 부딪힐 때 냉정한 듯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대결구도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던 것은 죽은 딸의 모성이 얻어낼 결과의 승패를 쥐고 있는 것이 또다른 모성이었기 때문이다.
모성은 사형수를 무죄로 만들었다. 물론 과정이야 흥미진진하고 설득력 있게 진행되었지만(내 느낌은 그랬고, CSI를 즐겨 보는 아줌마는 엉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결국은 모성의 승리다. 그 모성의 승리가 또 다른 모성의 복수를 이루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였다니-- 이것이 이 영화의 반전이지!
내 딸을 참혹하게 난자한 살인범을 사형이라는 제도로 쉽게 죽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서러운 모성이 다른 유능한 모성을 이용하여 감행한 복수의 끝.
나를 위해서도 변호해 줄 수 있나요?
아마도 그녀는 그녀의 아픈 마음을 변호해 줄 것 같다.
같은 목요일의 딸을 가슴에 담은 엄마이니까.
마무리 장면에 가방 속에 축 늘어져 있던 딸이 죽은 줄 알고 가슴이 아팠는데--
낚였다.(요즘 아들놈이 맨날 되뇌이는 말, 낚였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